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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빈 탈영병, 다방서 인질…자수|어제 하오 두 차례 택시 강도…잠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4일 하오 서울시내에서 잇달아 2건의 연쇄「택시」강도를 일으키고 달아났던 탈영병 이태승(21 )일병이 5일 상오10시35분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제3한강교 입구 앞 지하다방에 나타나 종업원을 인질, 경찰과 대치했다가 하오1시5분 자수했다.「카빈」을 가진 이 일병은 실탄 15발을 갖고 있었다. 4일 연쇄「택시」강도사건이 일어나자 경찰은 군과 합동으로 서울 전역에 비상망을 펴고 수색을 했었다.
범인 이는 5일 상오10시25분쯤 용산구 한남동76의23 한일 지하다방에 나타나 무조건 천장을 향해 공포 1발을 쏘았다.
이때 다방에는 종업원 4명과 손님 8명 가량 있다가 3, 4명이 놀라 뛰어나갔다.
이는 공포에 질린 손님들과 종업원들에게『해치지 않을 테니 염려 말라』고 안심시켰다.
이 일병은 상오11시쯤 인질로 잡아둔 손님 박경준씨(36·성동구 내곡동68)편에『홀로 계시는 어머님께 죄송하다. 아버지 곁으로 가야겠다. 내게는 피보다 진한 친구 2명이 있고, 사랑하는 애인도 있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은 그 부모의 반대로 결혼을 못하게 되었다. 그러니 친구와 내 사랑하는 사람을 30분 안으로 만나게 해달라』는 말을 전하면서 밖으로 내보냈다. 이 일병은 또 상오11시10분쯤 손님 가운데 서울대 공대 산업공학과 2년 김병남군(19)을 밖으로 풀어주면서『기자 1명만 들여보내라』고 요구, 약5분 뒤에 기자 1명이 들어가 이 일병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 일병은 다방손님 김금섭군(22·단국대 법정대1년)에게『어머니를 행복하게 해드리지 못하고 먼저 가는 것을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나는 아버지 곁으로 떠납니다』는 내용의 유서를 대필케 하고「카빈」총구를 자기 목에 대고 자살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찰은 우선 이의 여동생 이영림양(18)과 친구 허기웅씨(21)를 11시15분쯤 다방에 들여보내 설득케 했다.
정오 다방에는 종업원 4명과 손님 3명 등 모두 7명이 있고 주위에는 군경 1백여 명이 완전 무장, 경계를 펴고 있으며「마이크」로 자수를 권했다.
이날 이 일병은 상오10시10분쯤 한일다방 옆 한남식당(주인 김상균·45)에서 배? 1병을 마시면서 자기 애인의 집에 전화연락을 해 상오11시 한일다방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이양 집에서는 곧 112에 신고, 경찰이 출동한 것. 애인 이양은 이날 낮12시5분쯤 다방에 들어가 이 일병을 만났다.
또 이 일병의 어머니 이성구씨(48)도 이날 낮12시35분쯤 포천에서 연락을 받고 상경, 현장에 도착했다.
이 일병은 이날 하오 1시5분 애인 이양의 권유로 총과 실탄을 버리고 군 수사기관에 자수했다.
이 일병은 다방 안에서 천장과 벽을 향해 모두 6발의 총질을 했으나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 일병은 마지막까지 남았던 인질 김금석씨에게『강도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으며 돈이 없어 운전사에게 돈 좀 달랬더니 돈을 준 뒤 뛰어내리면서 강도야! 소리치더라』고 말했다.
이 일병은 4일 밤 명동「로얄·호텔」앞에서「택시」를 내린 뒤 명동 모 양품점에서 황색「스웨터」와 회색 바지를 샀으며 남대문 시장에 들러 검은색「베레」모와 검은색「비닐」가방을 사 다시「택시」를 타고 한남동까지 갔다.
이 일병은 이날 밤 한남동78 경원여관(주인 김경배·53) 3호실에 투숙했다. 이 여관 여 종업원 김옥희씨(28)에 따르면 이 일병은 여관비로 6백원을 먼저 내고 숙박부에는『서울 서대문구 만리동2가78의5 학생 이기영』이라 기재, 한번도 방 밖에 나가지 않고 밤을 지냈다.
이날 밤 9시쯤 용산경찰서 한남파출소 박모 순경이 이 여관을 검색했으나 종업원이『학생이 투숙했다』는 바람에 방문도 열어보지 않고 지나쳤다.

<"돈이 그립다" 운전사 위협 강탈 1차 범행>
이 일병은 4일 하오2시40분쯤 서울 도봉구 미아리삼거리에서 서울1사3135호「택시」(운전사 심상천·28)를 타고 서울서대문구 역촌동을 지나 서오능으로 달렸다. 이 일병은 다시 차를 몰게 해 경기도 고양군 신도면 용두국민학교 앞에 이르자『나는 돈이 그리운 사람이다. 돈을 내라』면서「카빈」을 들이대며 위협했다.
운전사 심씨가 현금 6천원과 팔목시계를 풀어주자 이 일병은『시내로 들어가자』고 요구했다.
운전사 심씨는 2㎞쯤 떨어진 제206 전경대 앞을 지날 때「택시」문을 열고 뛰어 내렸으며「택시」는 그대로 달려 길옆「콘크리트」전주를 들이받고 멈췄다. 당황한 이 일병은「카빈」대검 1개, 현금 5백원, 담배, 편지봉투 등이 든 푸른색「비닐」가방을「택시」안에 남겨두고 달아났다.

<오늘 하루만 살겠다 2차 범행>
이 일병은 1차 범행 뒤 35분쯤 지난 이날 하오4시15분쯤 2㎞쯤 떨어진 서울 서대문구 갈현동「버스」종점부근 삼거리에 나타났다.
방한모자도 쓰기 않은 이 일병은 손님을 기다리던 서울1바7523호「택시」(운전사 김경준·42) 뒷자리에 올라타 방한복 속에 감춘「카빈」의 총구를 들이대며『시내 쪽으로 가자. 고개를 돌리거나 손을 움직이면 너 죽고 나죽는다』고 소리쳤다. 이 일병은 한국냉동회사 앞길에서 운전사로부터 현금 3천4백원을 빼앗은 뒤 강변4로∼제3한강교∼한남동∼삼각지∼서울역을 지나 명동으로 들어섰다.
명동「로얄·호텔」앞「택시」정류장에서 내린 이 일병은『꼼짝말라』면서 인파 속에 파묻혔다. 이때가 하오5시40분쯤. 경찰은 이 일병이 예술극장 앞에서 충무로 쪽으로 달아난 것으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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