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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세 대응 못한 팽창예산|총 규모 8·4777억 새해예산의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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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근년에 보기 드문 팽창예산으로 불리던 내년도예산은 국회심의 과정에서 부분적인 삭감이 이루어지긴 했으나 지나친 팽창예산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했으며 따라서 팽창예산이 지니는 문제점은 그대로 남게 됐다.
국회심의과정에서 세입부문의 내국세 1백50억원 삭감을 주축으로 정부가 내놓았던 8천6백27억원 보다 1.8%가 줄어든 8천4백77억원으로 확정됐으나 올해 예산규모에 대비한 증가율은 아직도 28.6%에 이르고 있다.

<증가율 28.6%로 최고>
증가율 면에서 볼 때 73년 예산은 7%가 줄었었고 70년에는 18.6%, 71년에는 23.7%, 72년엔 28.6%의 증가율을 기록했던데 비추어 74년 예산은 70년대에 들어 72년과 함께 가장 높은 율을 보인 것이다.
다만 갑근세와 사업소득세 기초 공제액 인상으로 서민들의 세 부담이 약간 줄어들었으나 그 대신 내년부터 강제저축성격의 국민복지연금제실시가 확정됨으로써 실질적인 가용소득 면에서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더구나 정부예산이 국회에 제출(10월2일)된 이후에 세계적인 유류파동이 밀어닥쳐 경제전반에 걸쳐 침체와 물가고가능성을 안겨 주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예산을 확정하는 과정에서는 분명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현재 밀어닥친 유류파동이 계속되면 내년 봄에 가서 추경예산을 짜겠다는 정부측의 언질만을 받아 놨을 뿐 예산운용의 기본방향을 반영한 예산총칙에서 조차 개략적인 방향을 설정하지 못한 것이다.
유류파동이 계속될 경우 산업전반의 위축은 명백한 것이고 또 물량 면에서 수급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원유가격인상이 경제기조에 「인플레」를 몰아칠 것이 분명한데 국회에서 조정된 것은 서민의 세 부담을 덜어 주는 얄팍한 선심에 그친 것이다.
현재 우리가 당면한 경제상의 최대 문젯점은 해외 원자재 가격의 잇단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의 가속화와 기초「에너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져오고 있는 석유파동이다.
이 두 가지가 다 가라앉지 않고 어느 하나가 계속되더라도 우리 경제는 「인플레」와중에서 터다란 시련을 겪어야 할 처지에 있는 것이다.
더구나 작년8월 이후 가격인상이 거의 동결된 가운데 올해도매물가는 10월말현재 작년 말 대비, 7.8%나 올랐고, 그 가운데 가격인상요인은 누적되어 가격현실화가 불가피한 단계에 와 있다.
현재의 경제안정기조가 흔들리고 있고 또 앞으로의 전망마저 그렇다면 정부예산은 마땅히 「인플레」를 수속하고 안정기조를 회복시키는데 최대의 역점이 두어졌어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국회심의과정에서 「인플레」에 대한 대책으로 조정된 것은 예산총칙에 나타난 양곡관리기금의 대한은 차입한도를 1천7백억원에서 1천6백억원으로 1백억원 축소한 정도에 그치고 있다.
사실 정부예산안을 펴놓고 볼 때 필요 없이 계산된 세출항목은 하나도 없다.

<완급 가려서 수술해야>
문제는 현재의 경제동향과 다음해의 전망으로 봐서 완급을 가려 과감히 수술하는 길밖에 없다.
그러나 내년 예산안에 대한 국회의 심의는 내국세 과중을 부분적으로 덜기 위해 내국세 수를 1백50억원 삭감시켜 놓고 세출을 이에 맞추어 조정하는데 그친 인상이다.
조정된 세 출입의 내역을 보면 우선 세입에 있어서 내국세부문에 대해서만 ▲사업소득세의 기초공제액을 1기분 9만원에서 10만8천원으로 인상한데 따른 세수감소 22억6천 만원 ▲갑근세 기초공제액을 월1만5천원에서 1만8천원으로 높이고 일용자 소득공제액 1일 1천원에서 1천2백원으로 인상한데 따른 세수감소 1백20억4천 만원 ▲영세한 개인영업자 세 부담 경감조치에 따른 세수감소 7억원을 반영, 모두 1백50억원이 삭감됐다.

<일반경비는 대폭삭감>
세출부문에 있어서는 여러 군데 고정이 있었으나 커다란 테두리로 봐서 ▲교부금 15억원 ▲일반경비 71억7천 만원, 국방비 3억8천9백 만원, 투융자 58억7천 만원 등이 삭감됐다.
교부금의 삭감은 지방재정보조 10억원과 교육교부금 5억원이고 일반경비 삭감의 주류는 행정예산의 제반경비지출의 일률삭감과 각종이차보상에 삭감된 것이 많다.
특히 일반경비삭감에서는 항공비의 절감뿐 아니라 경제기획원장관공관을 비롯한 3개 공관 구입비 삭감 등 정부의 소비억제를 반영한 부분이 상당히 포함되긴 했으나 각종 이차보상과 차입이자삭감 등은 올해 지출될 세출을 다음으로 유보한 것에 불과하다.
투융자삭감은 국도포장 17억4천 만원, 수출입은행출자 12억원, 제주개발 3억3천 만원, 호남석유화학기지공업용수 21억원, 제2종합제철 5억원 등인데 이 가운데 호남석유화학기지공업용수 21억원 같은 것은 국고 채무부담 행위인 외상공사로 넘긴 것이어서 역시 내년 지출분을 그후로 미루어 놓은 것이다.

<국고책무부담 늘어나>
국고책무부담행위에 있어서는 호남석유화학기지건설뿐 아니라 국회의사당 신축비 19억3천 만원 등이 추가되므로 오히려 당초 규모보다 55억3천 만원이 늘어났다.
이밖에 특별회계부문에서는 잎담배 수매가격을 당초 3%인상에서 10%로 올렸고 통신사업의 공중전화요금 인상계획(5원에서 10원)을 백지화, 일반전화기본요금을 월3백원에서 3백90원으로 30%인상하는 것으로 대치되었다.
어쨌든 국회에서 일부 수정된 내년도 예산은 경제정세에 대응한 예산수정이 아니라 내국세의 부분감축을 주축으로 한 세출조정이었다고 요약될 수 있다.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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