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눈물의 최후진술 … 사형 면한 중국 관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18만 명’.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위가 10일 밝힌 지난해 부패 공직자 숫자다. 하루 평균 493명의 부패 공직자가 적발된 셈으로 사상 최고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강도 높은 반부패 활동 결과다. 부패 공직자들은 감형을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해 법정 진술을 한다. 하지만 거기에도 여러 유형이 있다

 우선 ‘통곡형’이다. 6000만 위안(약 63억원)의 뇌물을 받고 기소돼 사형유예 판결을 받은 류즈쥔(劉志軍) 전 철도부장이 대표적이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6월 법정 최후진술에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자신을 경계하지 못해 이 지경에 이르렀다”며 통곡을 했다. 눈물을 너무 많이 흘려 최후진술서가 다 젖을 지경이었다. 그 덕인지 그는 사형을 면했다.

 담담하게 고전을 읊조리며 참회하는 ‘고전형’도 있다. 뇌물수수로 종신형을 받은 리썬린(李森林) 허난(河南)성 카이펑(開封)시 당 상임위원은 지난 8월 법정에서 ‘맹인기할마(盲人騎馬)’와 ‘온수자청와(溫水煮靑蛙)’라는 속담을 인용했다. 맹인이 눈먼 말을 타고 벼랑으로 향하듯, 개구리가 물이 끓어 죽기 전 온수의 따뜻함을 즐기듯 부패를 탐해 인생을 망쳤다는 후회였다.

 어려웠던 과거를 회상하며 판사의 동정을 구하는 ‘고난회고형’도 적지 않다. 아직 판결이 내려지지 않은 쑤순후(蘇順虎) 전 철도부 운수국 부국장은 지난 9월 “어릴 적 8형제 중 6명이 병사했지만 치료할 돈이 없었다. 초등학교 시절 연필과 공책은 모두 내가 넝마주이를 해 번 돈으로 샀을 정도여서 돈에 대한 애착이 있었다”라고 울먹였다.

 검찰의 기소 내용을 모두 인정하고 관대한 처분을 바라는 ‘체념형’은 가장 흔한 경우다. 법정에서 항변할수록 괘씸죄가 적용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양다차이(楊達才) 전 산시(陝西)성 안전생산감독관리국장은 지난해 8월 “검찰 기소 내용은 모두 사실이며 법의 처분을 달게 받겠다”고 했다. 그는 10만 위안(약 1700만원)짜리 안경을 쓰고 다니다 조사를 받았는데 기소된 뇌물 액수만 1600만 위안에 달해 종신형 선고가 예상됐었다. 그러나 법원은 14년형을 선고해 지나친 정상참작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 혐의를 부인하며 끝까지 버틴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가 2000여만 위안의 뇌물수수에도 무기징역이 선고된 것과 대조적이다.

 색계형도 있다. 레이정푸(雷政富) 전 충칭시 베이베이(北<789A>)구 구청장은 지난 6월 법정심리에서 뇌물수수보다 자신의 여색 행각을 집중 진술했다. “내가 여색을 밝혔다는 것은 모두 인정한다. 그러나 돈을 탐한 건 아니라는 것을 알아 주셨으면 한다”고 읍소했다. 젊은 여성과의 성관계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돼 비리조사를 받은 그는 여성문제가 중국 형법상 처벌 조항이 없다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실제로 그는 316만 위안의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됐으나 비교적 가벼운 처벌(13년형)을 받았다.

 드물지만 공적을 강조해 감형을 노리는 ‘공적홍보형’도 있다. 장수광(張曙光) 전 철도부 운수국장은 지난 9월 뇌물죄는 인정하면서도 중국 고속철 발전에 기여한 공적을 중심으로 최후 진술을 했다. 실제로 그는 세계 최장 고속철망 구축에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이징(北京) 법원에 그의 전략이 얼마나 먹힐지 관심거리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