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한 한국 육상의 낙후 재확인|1회 아주 육상 총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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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마닐라=노진호 특파원】한국 육상은 제1회 「아시아」 육상 선수권 대회를 통해 「아시아」 수준에서도 너무나 뒤떨어졌음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남녀 38개 종목 중 금「메달」은 고작 백옥자의 투포환과 조재형의 「마라톤」뿐, 29명의 대규모 선수단을 보낸 한국 육상은 금2, 은3, 동「메달」2개로 참가 18개국 중 종합 5위라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남겼다.
뿐만 아니라 이인숙이 여자 1백m, 우선숙 양이 여자 1백m 「허들」, 김병윤이 10종 경기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웠으면서도 김병윤과 우선숙은 4위와 6위, 이인숙은 준결승전에서 12조F의 신기록을 세우고도 4위, 결승에서는 12초6으로 6위를 차지해 한국 신기록은 「아시아」 수준에서 볼 때도 참담한 것이었다.

<필드 부문은 수준작>
「필드」 부문만은 백옥자·길정섭·홍상표 등이 버티고 있어 그런 대로의 수준작이나「트랙」 부문은 거의 모든 종목에 걸쳐 「홍콩」과 최하위를 겨루는 망신 속의 「게임」이었다.
특히 「마라톤」의 1, 2와 입상도 일본 선수의 불참 종목이고 보면 우리 선수의 활약은 더욱 낮게 평가될 뿐-.
이번 대회에서 한국 육상에는 지도자가 없음을 통감했고 해외 육상계의 정보에는 장님과 다름없었기 때문에 이렇듯 참담한 결과가 나왔다고 보겠다.

<내년 아주 대회 걱정>
여자 투원반에서 백옥자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한 「필리핀」「조세핀·데라니바」의 사전정보에 어두웠던 것은 물론 「이란」의 「가아시」 같은 신인이 남자 높이뛰기에서 일본 선수를 누르고 우승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정보에 어둡다면 내년도 「아시아」 경기 대회에서 백옥자의 투포환, 홍상표의 봉고도, 박상수의 남자 높이뛰기 등 유망 종목의 「메달」기대마저 전망이 흐릴 뿐이다.

<시설 빈약 탓 말아야>
「타탄」 시설이 없기 때문이라는 연맹 측의 변명도 있으나 「타탄」시설만으로 육상의 기록이 향상될 수는 없다.
서로 헐뜯기만을 일삼는 육상계의 퇴폐 풍조가 있는 한 기록의 향상도, 육상의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전체 육상인의 단결 속에 지도자와 선수들이 오직 기록 향상만을 위해 진력할 때 비로소 육상의 내일은 기대될 뿐이다.
이번 대회에서 다시 한번 실력이 입증된 백옥자 등 투척 선수와 이인숙 등 단거리 유망주에게 과학적인 「트레이닝」이 가해져야만 1년 앞으로 박두한 「아시아」 대회에서 제6회 대회 수준인 육상의 7위가 유지된다 보겠다.
그리고 이들 유망주들에게 집중적인 훈련을 실시함으로써 75년 제2회 「아시아」 육상 선수권 서울 대회를 꽃피울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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