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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현재를 70% 보고 미래는 30%만 보고 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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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2년 연속 운용사 수익률 1위’ 이채원 한국밸류운용 부사장

흔히들 “기업의 미래를 보고 주식을 사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보다 과거와 현재를 보라”고 권하는 사람이 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최고운용책임자(CIO) 이채원 부사장이다. 그는 “미래를 예측하긴 극히 어렵지만 과거에도 잘했고 지금도 잘한다면 앞으로도 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국밸류운용은 본지 펀드평가에서 2년 연속 운용사 수익률 1위를 차지했다.

 이 부사장은 가치투자의 대표주자다. 우량하지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주식을 골라내 투자하는 게 가치투자다. 주가가 기업 가치보다 낮으면 사고 높으면 판다. 간단한 개념이지만 이를 따르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욕심과 두려움’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란 게 그의 말이다.

 -기업의 과거와 현재 가치는 어떻게 알 수 있나.

 “과거 가치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보면 된다. PBR은 해당 기업의 주식 한 주 가격당 순자산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준다. 이 수치가 낮을 수록 순자산은 많은데 주가가 그만큼 낮다는 뜻이다. 현재 가치는 주가수익비율(PER)로 알 수 있다. 이 수치가 낮은 기업은 돈을 잘 버는데 상대적으로 주가는 낮은 셈이다.”

 -그렇다고 미래 가치를 안볼 순 없지 않나.

 “과거(PBR)와 현재(PER)를 70% 정도 보고 나머지 30%는 미래 가치, 성장 가능성을 본다.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는 얘기다.”

 -미래 가치는 어떻게 알 수 있나.

 “삼성전자를 놓고 생각해보자. 최근 스마트폰 사업의 수익성 악화 우려에 주가가 급락했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스마트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 1위 사업자보다 그 아래 사업자가 버티기 어려워진다. 하위 사업자들이 궁지에 몰려 상위 한두 개 업체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 삼성의 수익성은 장기적으로 다시 좋아질 수 있다. 이렇게 미래 가치는 정량평가라기보다 정성평가다. 그래서 판단하기 어렵다. 개인 투자자는 시장 점유율이나 기술력같이 정량적으로 알 수 있는 걸 보는 게 좋다.”

 -지금 주가가 높은 종목이 아니라 앞으로 높아질 걸 사는 게 투자의 핵심 아닌가.

 “창피한 얘기지만 올해 초 코스피가 이렇게 떨어질 줄 모르고 지난해 말 주식을 많이 샀다. 26년간 아무것도 안 하고 주식만 사고판 나도 내일 시장이 어떻게 될지 예측을 못한다는 말이다. 시장은 예측하려고 들면 안 된다. 시장을 이용해야 한다.”

 -시장을 이용한다니 무슨 말인가.

 “단순하다. 주가가 너무 오르면 떨어지고, 너무 떨어지면 오르는 법이다. 주가가 너무 내린 걸 사고 주가가 너무 오른 걸 팔면 된다. 내가 26년간 한 것도 바로 그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지난해를 예로 들어보자. 상반기 중소형주 비중을 70%까지 늘렸다가 하반기에 30~40% 수준으로 줄였다. 상반기엔 코스피 지수가 횡보하면서 중소형주가 선방했다. 너도나도 중소형주를 샀다. 중소형주 펀드도 인기였다. 자연히 가격도 크게 올랐다. 반면 대형주가 인기가 없어지면서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그래서 중소형주를 팔고 대형주를 샀던 것이다. 이게 바로 내가 하반기에 수익률을 지킬 수 있었던 이유다.”

 -듣고 보니 간단한데, 실제론 어렵지 않나.

 “실제로 그렇게 투자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욕심과 두려움 때문이다. 가격이 과하게 오르면 팔고 과하게 떨어지면 사야 하는데, 오를 땐 더 벌고 싶은 욕심 때문에 못 팔고 내릴 땐 더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못 산다.”

안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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