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과거는 가시밭길|25년만에 미서 돌아온 한국영화 초창기 여우 김소영 여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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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 영화 초창기의 명배우 김소영 여사(59)가 25년만에 미국서 귀국했다.
무성영화시대로부터 발성영화초기까지 화려한 은막의 여왕으로「올드·팬」들의 기억에 새로운 그는 오는 8일∼12일 명동국립예술극장에서 공연되는「토월회」50주년 기념공연에 변혜숙·신「카나리아」씨 등과 함께 출연한다.
『고향을 떠난지 오래되어 고향이 그리워 왔을 뿐이예요』라고 말문을 여는 그는 왕년에 장안을 주름잡던 대「스타」였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게 시리 나이가 들어 뵈지 않는 고운 얼굴을 간직하고 있었다
『이제 뭐 할말이 있겠습니까만 내가 걸어 온 길은 너무 파란만장했어요. 개인생활도 그렇고….』그는 일생동안 마음의 평안을 가져 본적이 없다면서 젊은 시절은 화려했지만 말못할 자신의 고민이 많았었다고 회상한다.
여배우 변혜숙·신일선 등이 이어『영화계에 등장한 그는 31년 무성영화『방아타령』에 「데뷔」했고 이어『심청전』『국경』『반도의 봄』등으로 전성기를 맞았다. 48년 안종화 감독, 전택이 이금룡 주연의『수우』를 마지막으로 그는 은막을 떠나 전 남편인 무용가 조택원씨와 함께 도미 길에 올랐다.
미국에서의 생활은 순탄치 못해 처음에는「미국의 소리」방송에도 근무했고「맥그로힐」사에 취직도 했으며「뉴요크」에서 미장원을 냈다가 실패하기도 했다.
너무 오랜만에 돌아와 아직도 꿈만 같다고 말하는 그는 하나뿐인 딸을 만나 감격해 하고 있다. 15세 때 헤어진 딸(추내미)은 이제 40세가 됐고 대학생 외손자까지 두게된 것이다.
71년에 미국 시민권까지 얻은 그는 당분간은 고향에서 옛 친지들이나 만나며 조용히 보내겠다고 말했다.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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