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시중자금의 투기 자금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제 「인플레」의 커다란 압력은 8·3조치로 쌓아올린 물가장벽을 무너뜨리기 시작했으며 그 동안 동결조치로 누적된 압력은 계속되는 국제 「인플레」때문에 더욱 가중되어 물가정책을 근본적으로 수정시킬 만큼 강화되었다.
이제 물가는 연율 10%선을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해지고 있으며, 그러한 물가전망 때문에 간접 금융에서 직접 금융으로 전환시킨다는 이른바 자본시장 육성책도 크게 후퇴해야 할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내자동원의 주축을 이루는 금융기관 저축도, 정기예금 전망이 악화되고 있어 지금의 금리수준으로는 소망하는 저축을 동원하기 힘들게 된 것이 분명해졌다.
물가·증시, 그리고 금융동향이 이처럼 불건전하게 변화함에 따라서 부동대금의 투기대금화가 노골화한 이 시점에 와서야 상국은 부동산 매입자금에 대한 출처조사를 하는 한편 금리인상문제를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본란은 누차 시중대금의 투기 자금화를 경고했을 뿐만 아니라 물가정책의 현실에 입각한재편성, 그리고 그에 부합하는 금리 정책을 주장한바 있으나 정책전환의 지체로 사태를 조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은 유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비록 만시지탄은 있지만 사태를 직시하여 정책전환을 검토하게 된 것만도 현재의 정책관행으로 보아서는 다행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기왕 문제가 제기되었고, 당국이이를 검토하는 단계에 접어든 이상보다 솔직하게 경제동향을 인정하고 본질적 추세에 부합하는 정책조정을 서둘러야 하겠다.
무엇보다도 내외 「인플레」요인에 대한정책당국의 인식이 현실화되어야 한다.
국제 「인플레」속에서 우리만이 안정된 물가수준을 유지하면서 고율 투자정책을 추진할 수 있으리라는 종래의 가정은 이제 버려야할 때가 왔다. 더우기 국제 「인플레」가 앞으로 수량 경기의 후퇴를 수반할 것이라는 근자의 전망을 중시한다면, 국내투자정책의 조정 없는 물가대책은 내용 있는 것이 될 수 없을 것임을 간과해서는 아니 된다. 무엇보다 앞서 투자정책을 조정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금리조정도 의미가 있음을 유의해야겠다는 뜻이다.
다음으로 금리인상을 실효 있는 안정수단으로 원용하기 위해서는 재정 측의 적자요인을 대담하게 축소시킨다는 용단이 필요하다. 재정에서 발권을 하고, 그것을 인상된 금리로 흡수하려 한다면, 금리의 인상폭이 커져야 하나 이 경우 65년의 금리현실화 조치가 파생시킨 모순을 예상해야 한다. 그러므로 금리인상폭을 가급적 줄이려면 재정적자요인을 재조정해야 할 것이며 또 그래야만 재정부문과 민간부문간에 조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또 투기자금의 출처조사를 통해서 이를 금융저축으로 유도한다는 방침은 인과관계를 거꾸로 보는 발상임을 주목해야 한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과세목적에서 조사되어야지 저축유도를 목적으로 할수는 없는 것이다.
즉 부동산투기자금을 견제하는 경우 그 대금이 정착성 예금으로 들어오기보다는, 오히려 조사하기 어려운 상품투기로 쏠릴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만일 상품투기로 자금이 쏠린다면 그 조치가 도리어 물가정세를 악화시킬 우려도 없지 않다.
끝으로, 경제정책을 행정부만이 담당한다는 행정 만능주의를 반성해야 하겠다. 오늘날처럼 중앙은행이 정책기능을 상실해 가지고서야 물가 및 금융동태를 예민하게 반영해서 금융정책을 유효 적절하게 집행할 수 있겠는가 깊이 검토해야 한다.
금융정책을 행정부가 전담하기 때문에 경제적 척도에서보다도 만 각도에서 금융정책을 결정하게 될 여지가 생기고, 그럼으로써 경제정책의 완충지대가 소멸되는 모순을 회피해야 한다. 선진 제국에서 중앙은행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도 역사적 경험과 교훈이 있기 때문임을 우리도 충분히 인정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