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순간 집중력 높여라" 히딩크, 홍명보에 어시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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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히딩크(左), 두샤트니에(右)

두 명의 네덜란드인이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한국축구 대표팀 도우미로 나섰다. 2002 한·일 월드컵 사령탑을 역임한 ‘지한파’ 거스 히딩크(68) 전 감독, 그리고 외부인의 시선에서 한국축구의 장단점을 냉정히 평가할 안톤 두샤트니에(56) 신임 축구대표팀 코치다. 한국축구와 인연을 맺은 배경은 서로 다르지만 홍명보(45)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의 16강 진출을 진심으로 바라는 ‘푸른 눈의 한국인들’이기도 하다.

 히딩크 감독은 9일 자신이 입원 중인 서울 논현동 서울JS병원을 찾은 ‘애제자’ 홍명보 감독을 상대로 대표팀 운영 방안에 대한 ‘원포인트 레슨’을 했다. 지난 7일 축구대표팀 주치의 송준섭 박사 집도로 퇴행성 관절염을 앓고 있는 오른 무릎을 수술한 그는 병상임에도 제자를 위해 지도 노하우를 아낌 없이 쏟아냈다.

 두 지도자는 지난해 9월과 11월에 치른 스위스전(2-1승), 러시아전(1-2패) 등 두 차례의 A매치 영상을 함께 보며 한 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히딩크 감독은 대표팀에 대해 ‘집중력 향상’ 필요성을 제기했다. 문병 직후 취재진과 만난 홍 감독은 “모두 밝히긴 어렵지만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여러 가지 의미 있는 조언을 들었다”면서 “특히나 ‘집중력의 레벨이 다소 떨어지는 것 같다. 순간적으로 집중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상대에게 찬스를 허용하는 장면이 자주 보인다’는 지적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홍 감독은 “현재 대표팀이 처한 상황과 그에 대한 내 판단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던졌고,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답변을 들었다”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과 대부분 일치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두샤트니에 신임 코치는 9일 서울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소에서 열린 부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경험이 많고 피지컬도 강하다. 벨기에는 월드컵 우승 후보 중 하나다. 두 팀 모두 강하지만 이기지 못할 팀은 아니다”며 “러시아 안지에서 1년 반 코치 생활을 했다. 벨기에는 네덜란드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아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다만 알제리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지만 빅클럽에서 뛰는 몇몇 선수를 알고 있기에 잘 분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두샤트니에 코치는 박지성(32·에인트호번)과 박주영(29·아스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지성은 대표팀 복귀론이 일고 있고, 박주영은 소속팀 주전경쟁에서 밀려 대표팀에 뽑히지 못하고 있다. 두샤트니에 코치는 “2주 전 네덜란드에서 황보관 기술위원장과 함께 오베르마스 아약스 기술이사를 만났다. 오베르마스가 ‘박지성을 왜 안 데려왔느냐’는 농담을 하더라”며 “박지성은 최근 몇 달간 부상을 겪었지만 대표팀에 꼭 필요한 선수다. 유로파리그에서 탈락한 에인트호번이 리그에만 집중해 체력 문제가 없을 것이다. 대표팀에 들어오면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박주영에 대해서는 “경기에 많이 뛰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다. 아스널 코치진과 얘기를 나눈 뒤 홍 감독과 상의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송지훈·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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