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사태 관련자 겸허해지고 더 반성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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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우

한동우(66)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9일 ‘신한사태 관련자의 반성’을 촉구했다. 신상훈 전 사장 측의 ‘사과 및 명예회복 요구’에 대한 거부다. 한 회장은 9일 오찬간담회에서 “신한사태와 관련된 모든 분이 겸허해지고 더 나아가 반성해야 한다”며 “관계된 사람들을 만나보면 이런 부분이 미흡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모든 분’은 신 전 사장 측 인사들을 가리킨 것이다. 그는 또 “신 전 사장과 지난 3일 만나 서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는데, 솔직히 온도 차이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신 전 사장이) 복직이나 신한사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데, 유감 표명으로는 대응이 안 될 것 아니냐. 갈 길이 상당히 멀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한 회장은 이어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과거 경영진 몇 분 사이에서 벌어진 일은 신한답지 못하고, 신한의 브랜드 가치를 훼손했다”며 “지금 일하고 있는 신한인들이 그분들 입장에서는 후배들인데, 후배들 마음을 아프게 했고 신한을 사랑했던 고객들의 신뢰를 떨어뜨린 게 틀림없다”고 비판했다. ‘신 전 사장과의 타협이나 화해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2009년 신한생명 부회장을 끝으로 현직에서 물러났던 한 회장은 2011년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른바 ‘신한사태’로 라응찬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 이백순 전 행장이 한꺼번에 물러나면서다. 신한사태는 2010년 신한은행이 횡령 혐의 등으로 신 전 사장을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3년이 지났지만 앙금은 여전히 남아 있다.

 신 전 사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라응찬 전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나 있다고 하지만 현재 경영진을 보면 모두 라 전 회장 사람들뿐”이라며 “신한사태는 나로 끝나는 게 절대 아니고 ‘제2의 신상훈’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에서 제기한 혐의가 법원에서 모두 무죄로 판명된 만큼) 직무정지가 풀려 복직하면 알아서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약속도 했다.

 한 회장은 이날 앞으로 3년간의 경영방향도 제시했다. 산의 정상을 정복하는 것 못지않게 오르는 과정도 중시하는 ‘등로주의(登路主義·Mummerism)’다. 그는 “금융도 실적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더 큰 목표를 향한 새로운 방식을 찾아야 한다”며 “앞으로 3년간 고객과 사회가 같이 성장하는 ‘미래를 함께하는 따뜻한 금융을 구현해 신한의 새로운 융성기를 열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론 따뜻한 금융과 창조적 금융을 큰 축으로 해 ▶은퇴 비즈니스 차별화 ▶글로벌 현지화와 신시장 개척 ▶채널 운영전략 혁신 ▶전략적 비용절감 성과 도출과 같은 여섯 가지에 주력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은퇴 비즈니스에 대해 “퇴직연금을 많이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굴려서 돌려 드리냐는 것”이라며 “과거에 은행들이 은퇴 비즈니스에서 했던 것(정기예금 등)보다 범위를 넓혀 장래성 있는 기업은 초창기부터 투자를 늘리고, 해외에도 눈을 돌리는 식으로 수익률을 높여 차별화하겠다”고 했다.

 글로벌 진출에 대해서는 베트남 진출을 예로 들며 의욕을 보였다. 한 회장은 “동남아시아에 가면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많이 타고 다니는데 리스회사 같은 소비자 금융을 생각해볼 수 있다”며 “아시아 점포를 늘리고 선진국 소매 금융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인수합병(M&A)을 통한 몸집 불리기엔 신중했다. 그는 “손해보험사는 장래성이 있는지 검토해봐야겠지만 현재로선 총자산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에 기여하는 부분이 적다고 생각한다”며 “증권사도 자본금이 3조가 넘는 회사의 연간이익이 1000억원 정도인데 (인수합병이) 도움이 될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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