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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 소비 절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중동 산유국들의 원유공시가 인상 및 감산 계획 발표는 공업제국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있으며, 유류 소비 추세가 매우 급진적으로 늘고 있는 우리에게도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유류 소비 억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하는데 「에너지」 정책을 유류 문제와 관련시켜 수정한지 한 달도 못되어 이를 다시 손질하게 되는 셈이다. 정책이 상황변동에 따라서 탄력적으로 수정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나, 사태추이를 냉철히 분석 평가하여 안정성 있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즉흥적으로 계획을 만들고 다시 뜯어고치는 일을 반복하는 것이어서는 아니 된다.
그러므로 유류 소비 절약이라는 부분적인 대책도 중요하지만, 「에너지」 수급계획 자체가 장래 전망을 충분히 반영하여 뼈대있게 마련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하겠다.
솔직이 말하여 연료 현대화 계획을 추진할 때 여론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이에 비판적이었다. 임금이 쌀 때 국내 석탄 자원을 활용하지 않는다면, 영원히 국내자원을 사장시킬 염려가 있고, 또 「에너지」의 해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경제 국방화 정책이라는 국민생존 조건을 위험스럽게 한다는 점에서 연료 현대화 계획의 재고를 요청했던 것이다.
이러한 의견이 묵살된 채 공장 및 상용 건물에도 유류 「보일러」시설을 조건으로 건축허가를 내 주는가하면, 또 발전소의 석탄 「보일러」도 유류 「보일러」로 대체하여 유류 소비를 촉진시켜 왔으며 지금도 그러한 규제가 살아있다.
이러한 기본방침을 변경하지 않고서는 유류 소비 억제가 실효 있게 추진될 수 없다는 점에서 유류 소비 억제책은 지엽적인 측면에서가 아니라 근본적인 측면에서 검토되어야 하겠다.
우선 유류 소비의 75% 수준을 점하는 산업용·발전용 소비를 앞으로 어떻게 조정할 것이냐를 깊이 있게 검토해야만 실효성 있는 유류 소비 억제책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기왕에 시설된 것은 어찌할 수 없다하더라도 앞으로 시설되는 것에 대해서는 석탄소비를 권장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일보전진해서 기존 시설 중 큰 부담 없이 석탄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것은 그 전환비용을 재정에서 보상해준다면 더욱 효과적인 유류 소비 절약책이 될 것이다. 어떻든 산업용·발전용 유류 소비에 어떤 대책을 강구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충분히 감안한 소비 억제책을 마련해야 하겠다.
다음으로 자동차·주택 및 사무실용 유류 소비를 억제키 위해서 유류 공급을 줄이고 그 운행을 규제한다고 하는데 그러한 직접통제 방식은 실효성이나 편의성 등 어느 모로나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직접 통제 방식보다는 유류세를 산업용과 일반 소비용으로 이원화시켜 가격효과를 기대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편의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는 금전으로 부담케 함으로써 소비자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경제 체제에도 부합하고 실효성 있는 소비 억제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일반 소비용 유류세를 대폭 인상해서 들어오는 세입을 전액 석탄 생산 지원 자금으로 보조한다면 유류 소비 억제와 석탄 증산 및 석탄 가격의 안정이라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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