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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백만 유대인과 백만 아랍인의 대결 「미국 속의 중동 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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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워싱턴=김영희 특파원>중동전의 부산물로 미국에서도 왁자지껄한 「전쟁」하나가 일어났다.
6백만 유대인과 1백만「아랍」인간의 「말과 돈 전쟁」이 그것이다.
중동의 열전이 「아랍」측의 선제공격으로 백중지세를 보이는 것과는 달리 미국 안의 「아랍」-유대인 싸움에서는 「아랍」사람들이 유대인들의 극성을 따르지 못한다.
67년의 6일 전쟁 때도 그랬지만 미국의 유대인들은 전쟁이 터지기 무섭게 「이스라엘」지원모금운동과 궐기대회를 사방에서 열기 시작했다.
유대인들은 「이스라엘」군이 전쟁터에서 상실한 「팬텀」「스카이호크」 등 전투기와 「탱크」 등을 보충하는데 충분한 만큼의 「달러」를 모금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17일 현재 유대인들이 거둔 전쟁의 연금은 무려 6억5천만「달러」. 「팬텀」한대 값을 2백50만「달러」로 잡으면 유대인들은 불과 10일 안에 「팬텀」이 2백60대 값을 모은 셈이다.
「이스라엘」지원운동을 맡고있는 대표적 유대인조직은 「유대인연합회」와 「이스라엘공채판매기구」라는 단체다.
유대인연합회에서는 3백 명의 무료봉사대들이 상오 8시30분부터 밤 10시30분까지 불꽃튀는 전화통에 매달려 기부금을 호소하고, 접수하고, 「이스라엘」공채를 판다.
그들은 미국 각지의 주요신문에 『늦기 전에 「이스라엘」을 돕자』는 내용의 전면광고를 계속 내고, 모금을 위한 각종「파티」를 연다.
지난 9일 「뉴요크」의 어느 모금「파티」에서는 「이스라엘」공채가 2천9백40만「달러」나 팔릴 만큼 유대인들의 호응은 열광적이다.
「워싱턴」교외인 「알렉산드리아」에서도 2백50명의 유대인들이 하루저녁 잠시 모여 2만2천2백「달러」를 모았고, 「뉴요크」「브루클린」의 어느 모임에서도 5백만「달러」가 걷혔다.
그밖에 유대인이 소유하고 있는 「뉴요크」의 「브루밍달레」백화점은 수천 장의 담요를 보냈으며 각처에서 헌혈운동도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미국 시온주의 청년재단」이라는 단체에서는 18일부터 24일까지 미국시민권을 가진 사람들을 「이스라엘」지원병력으로 보내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들은 「이스라엘」까지의 왕복여비를 자기부담으로 하고, 적어도 6개월간 「이스라엘」에서 비 전투요원으로 봉사하도록 젊은이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미국무성에서도 미국시민이 「이스라엘」에서 비 전투요원으로 일하는데 아무런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6일 전쟁 때도 미국에서 건너간 지원병력들이 크게 활약한바 있다. 비 전투요원이라고 해도 미국 시민권을 가진 사람들이 전쟁에 참가한다는 사실은 「이스라엘」에는 심리적으로도 큰 힘이 된다.
전쟁이 악화, 확대되어 미국의 직접개입 같은 것이 불가피해졌다고 가정할 때 미국은 다급하면 미국시민보호라는 구실을 앞세울 수도 있고 그들이 「아랍」군대에 포로가 된 경우 포로석방을 위한 미국의 외교노력은 한층 열성적일 수도 있다.
유대인들의 「이스라엘」지원 운동에서 「편지 쓰기」역시 큰 비중을 갖는다.
유대인들은 백악관, 상·하원의원들에게 「이스라엘」군대가 필요로 하는 무기공급을 서두르도록 요청하는 편지를 계속 띄운다.
「편지 쓰기」운동은 가뜩이나 친「이스라엘」일변도로 치우친 미국정치인들로 하여금 백악관에다가 압력을 넣게 만든다.
미국 정치인들, 특히 대통령 꿈을 꾸고 있는 거물정치인들은 6백만 유대인 표 때문에 「이스라엘」을 향해서 항상 「아첨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부 한국정치인들의 친「이스라엘」취향도 이러한 미국의 친「이스라엘」분위기 탓이다.
「풀브라이트」상원의원은 최근 CBS방송의 『세계를 향해서』라는 「뉴스·쇼」시간에 중동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은 미국과 소련이 「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에 대한 무기공급을 일제히 중지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그러나 「이스라엘」사람들이 미국의회를 통제하고있기 때문에 그게 불가능하다』고 개탄했다.
미국에서 정치하는 사람이 이런 발언을 하는 것은 정치적 자살행위에 가깝다.
그러나 용기 있는 「풀브라이트」는 내친걸음에 한마디 덧붙였다. 『내가 상원에서 경험한 바로는 「이스라엘」의 이익문제가 걸려있는 문제가 표결에 붙여지면 75내지 80표로 「이스라엘」에 유리하게 통과된다.』
상원 총 의석 1백 석 중에서 75내지 80표라면 「아랍」사람들의 주장대로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는 미국의 51번째 주가 아닌가 싶은 착각이 들 정도다. 「뉴요크·타임스」「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미국의 여론을 이끄는 주요신문들도 압도적으로 「이스라엘」동정으로 쏠린다.
월남 전쟁 때는 평화를 외치고 민간인 사상자를 규탄했던 신문과 정치인들도 중동전쟁에서만은 우선 「이스라엘」의 안위가 걱정이다.
사정이 이 정도 되니까 일반 여론도 8대1의 비율로 「아랍」보다는 「이스라엘」지지로 기운다.
반면 「아랍」측의 움직임은 잔잔하다. 백악관 건너편의 공원에서 『「이스라엘」은 51번째 주이냐』라는 구호를 외치는 「데모」와 백악관에 보낼 편지에 1백만 명 서명 받기가 고작이다. 「아랍」인들도 모금을 하고있지만 유대인의 모금활동에 비하면 그 액수에 있어 일방적 우세를 면치 못한다. 그것은 우선 사람수가 적고 모국에 대한 연대감이 유대인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이다.
「조지타운」대학에서 중동문제를 교수하는 「히샴·샤라비」박사도 『미국에서의 유대인 사회는 다수파처럼 행동하는 독특한 소수파이나 「아랍」계 미국인사회는 이것을 따라갈 수 없다』고 인정한다.
「아랍」계 미국인들이 주장하는 제일 큰불만은 미국이 대「이스라엘」일변도정책을 취한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 예로 이들이 들고 나오는 것은 유대인들의 기부금엔 세금을 공제해준다는 것이다. 「아랍」인들은 이러한 처사에 항의, 법원에 제소까지 했으나 실패했다.
「아랍」계통 사람들은 원유의 생산지가 어딘가를 잊지 말라고 미국인들에게 경고한다.
하지만 그들의 소리는 언제나 유대인의 극성맞은 함성에 눌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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