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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멈춤」안 지키는 운전사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운전사들이 「우선 멈춤」을 무시하고 횡단보도에서도 마구 달려 발생한 사고는 작년 한해 동안에만도 8백35건, 이 때문에 43명이 숨졌다는 통계가 밝혀졌다. 이러한 횡단보도 사고는 직접적으로는 운전사들이 운전법규를 무시하는 결과 때문이라 하겠으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도도한 인명경시풍조에 그 원인이 있다 하겠다.
단적으로 말한다면 하루에도 수천 수만 명씩의 사람이 건너다나는 횡단보도에 신호등 하나 변변히 설치하지 않은 행정상의 모순 때문에 사고가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라 해서 과언이 아니다.
서울시내의 경우 횡단보도는 7백48개소인데 이 중에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는 곳은 불과 1백3개소밖에 안되며, 나머지 6백45개소의 대부분은 우선 멈춤·통학로 등 조그마한 안전상식 판이 붙어있는 것이 고작이다.
그런데 「우선 멈춤」에 대한 위반에 대해서는 단속경관이 신호등위반과 같이 엄격히 단속하지도 않고, 또 처벌도 별로 하지 않기 때문에 운전사들의 「우선 멈춤」불이행은 예사처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도로교통법은 교통정리가 행하여지고 있지 않는 교차로에 있어서의 제거의 일시정지를 명하는 표식을 위반한 경우에는 5천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도록 하고 있으나, 횡단보도위반에 관해서는 처벌규정조차 모호한 실정이다.
더군다나 이 법은 보행자가 횡단보도이외의 도로를 횡단함으로써 차량소통에 방해가 되는 경우에는 5천원이라는 벌금형까지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도로교통법은 교통정리를 행하고 있지 아니하는 교차로 또는 그 부근의 도로를 횡단하는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하여서는 안 된다고 명백히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를 무시하는 운전사에 대해서는 엄벌에 처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러한 여러 가지를 종합해 볼 때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교통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보행자보다도 차를 위주로 한 법만이 적용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교통의 원활한 소통은 자동차가 도로교통법의 규정을 철저히 지켜야만 하는 것이 제일의적이라 함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서울의 경우 「택시」나 기타 특수차들은 앞차들을 앞서가기 위하여 앞지르기, 새치기 등 불법운행을 마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버스」의 경우에는 주행선을 달리지 않고 새치기를 하는 것쯤은 예사요, 심하면 대각선으로 「지그재그」운행을 하는 등 그 횡포가 말이 아니다. 「버스」에는 운송 객들이 많기 때문에 교통순경이 봐준다는 것이 정세처럼 돼있는데 그 무거운 차체의 중력으로 일시정지 등을 위배하여 충돌사고를 빚음으로써 지난번과 같은 끔찍한 인명피해를 일으킨 것이다.
대도시교통을 위해서는 원활한 교통소통과 안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따라서 운전사들의 법규교육을 보다 철저히 하여야할 것과 법규소수여부를 철저히 감독하여야할 것은 초미의 급선무이다.
특히 서울과 같은 과밀도시의 교통원활화를 위하여서는 중요교차로마다의 신호등설치는 일각의 유예도 불허하는 가장 긴급한 과제라 하겠으며, 횡단로에 설치한 신호등의 경우 다른 나라에서와 같이 보행자들이 수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 장치를 함으로써 보행단 우선의 원칙을 세워야할 것이다. 그밖에도 간선도로의 신호등은 「싱크로나이즈」(전자자동화)하여 일정한 속도로 차가 주행하는 경우에는 신호등에 걸려 정거하는 일이 없도록 과학화하는 조치도 시급한 것이 아닐 수 없다.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인의 안전을 위해 교통당국자는 물론, 모든 차량의 운전사들의 머리 속에 인명존중의 연대실천의식이 새겨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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