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위험…장난감 총|플라스틱총알 발사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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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장난감 총이 어린이를 다치게 한다.「플라스틱」으로 만든 총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총알은 개구쟁이들의 눈을 멀게 하거나 귀를 다치게 하는 일이 잦다. 어린이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은 우선 안전하고, 또 교육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완구생산업자들은 총알이 나가는 장난감 총을 마구 만들어 내고 학교 앞 문방구에서는 어린이들에게 멋대로 팔고있다.
시중 완구점이나 문방구에 나와있는 장난감 권총과 기관총은 6∼7종. 자동연발 식, 혹은 반자동식으로 강한「스프링」을 이용, 총알이 튀어나오게 만들어졌다.
사정거리는 2∼4m. 끝이 뾰족한 플라스틱총알은 길이 2㎜, 직경0.7㎜쯤.
어린이들은 이 총알 끝에 짧은「핀」을 꽂아 쓰기도 한다.
또한 업자들은 어린이 얼룩무늬군복에 권총까지 끼워 팔기도 한다.
고려병원 조우제 안과과장과 공안과 병원 최종산 부원장은 이 장난감 총알을 20∼30㎝의 거리에서 손바닥에 맞으면 따끔할 뿐이지만 같은 거리에서 안구에 바로 맞으면 구결막하출혈, 각막손상, 전방산혈을 일으켜 10일 이상의 치료를 해야하거나 심하면 시력이 떨어지고 실명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지난 16일 여수시 동-초등학교 1년 최영대군(8)이 여수시 관문동 같은 반 친구 김모군 (8) 집에서 반자동식 장난감 권총을 갖고 놀다 길이 2㎜의「플라스틱」총알이 귓속에 박혀 다음날 중앙동 박 이비인후과서 수술 끝에 겨우 빼냈다. 또 지난 2월 25일 대구시 K중학1년 서영철군(14)이 친구들과 권총놀이를 하다 왼쪽 눈에 총알을 맞고 경북의대 부속병원에 입원했으나 시력을 잃었으며 같은 달 29일에도 대구시 신천동1구169 이모 군(10) 배 모 군(9·대명동4구247) 등이 같은 놀이를 하다 총알에 눈을 다쳐 겨우 눈앞의 물체를 식별할 정도로 시력이 떨어졌다.
한국 완구공업협동조합(서울 종로구 공평동138·이사장 박상규·61)에 따르면 전국에는 약2백여 개의 유허·무허가 완구제조업자가 있는데 내수용 완구제조에 대한 법규나 검정기준이 마련되어있지 않고 검정기관도 없어 장난감 총에 대한 안전도 측정을 전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우제 박사는 어린이들이 호기심에 장난감 총을 갖고 놀다가 사고가 나는데 총알이 발사되지 않는 장난감 총만 만들도록 규제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유맹수 명지초교 교장은 생산자들의 얄팍한 상업주의가 어린이를 다치게 한다면서 교육적인 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장난감을 생산해야겠지만 흉기로 변할 수 있는 장난감은 만들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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