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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 칼럼] 3·1절 집회 '평면 보도' 그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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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3.1절 보수 진영이 주도한 서울시청 앞 집회는 특별난 집회였다. 집회 참가자의 상당수가 지난 세월 그 많던 대중시위와 집회를 의식적으로 외면했던 사람들이다.

집회 참가자들 중엔 1953년 휴전반대 데모 이후 처음, 60년 4.19 이후 처음, 64년 한.일협정 반대 데모 이후 처음 해본 집회 참가였다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 사람들이 10만명(경찰 추산)이나 모였다는 것은 전전(戰前)세대의 안보 위기 의식이 심각함을 말해준다.

*** 새 각료 검증에 너무 소극적

3일자 중앙일보는 시청 앞 집회와 여중생범대위 등 진보단체가 주최한 집회를 양쪽의 컬러 사진과 함께 '보수.진보 따로 집회…갈라진 3.1절'이란 제목으로 사회면(6면)의 약 4분의3을 할애해 보도했다. 특히 이날 주요 집회의 주최자.행사명.장소.참가인원을 표로 곁들여 이해를 도운 것이 눈에 띈다.

그러나 10만명.7만명씩이 모인 보수 진영의 집회와 2천명 정도씩이 모인 진보단체의 집회를 평면적으로 비슷하게 보도한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특히 시청 앞 집회 사진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강조하다 보니 청중이 매우 적어 보였다.

큰 차이가 나는 것을 억지로 공정하게(?) 보도하려다 오히려 진정한 공정과 균형을 잃은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경쟁지들의 보도와 비교해도 중앙일보의 그런 면이 뚜렷했다.

새 정부가 조각(組閣)을 하면 으레 새 각료들에 대한 검증 보도가 있어 왔다. 그런데 이번엔 중앙일보의 검증 보도가 소극적인 것 같다. 그동안 진대제 정통부장관과 김두관 행자부장관의 문제점이 언론 보도를 통해 집중 제기됐다.

陳장관의 장남이 이중국적으로 병역면제를 받은 사실이 처음 보도된 4일자 신문을 보면 중앙일보의 관련 보도는 8면(사회 3면)의 1단 기사로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그에 비해 동아일보는 1면 3단, 조선일보는 2면 3단, 한겨레는 1면 3단으로 비중있게 취급했다.

중앙일보가 陳장관 문제를 눈에 띌 정도로 가볍게 취급한 것을 놓고는 글로벌 시대를 선도하는 신문답다는 긍정적 평가보다는 삼성 출신이라 봐주느냐는 비아냥이 더 많은 것 같다. 중앙일보는 5일자까지도 4면에 찬반논쟁 차원의 작은 박스기사를 내는 것으로 그쳤다.

그러나 陳장관 관련 의혹이 확대되자 6일자에서는 사설을 포함해 타지와 비슷한 크기로 보도했다. 전에도 본란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단발로 끝나지 않고 파문이 있을 사안의 첫 보도가 소홀하면 두고 두고 부담이 된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김두관 행자부장관에 대한 검증보도는 동아일보가 선도했다. 동아는 6일자와 13일자에서 金장관이 자신이 운영하던 주간 남해신문 및 남해군수로서의 부적절했던 처신과 관계를 집중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7일자 4면 2단 기사로 동아의 6일자 기사를 따라가고, 한나라당의 金장관 공격을 보도하는 데 그쳤다.

지난 2주간 5일자 1면 톱 '라종일 보좌관 베이징서 북한측 인사와 접촉'기사와 6일자 사회면(6면)톱 '서장 영장 기각한 판사, 변론맡은 전 동료와 골프.술자리/검찰서 이례적 내사'기사는 중앙일보의 특종이었다. 타지가 모두 따라왔고 파장이 긴 기사였다.

*** '羅보좌관-北접촉'은 특종보도

반면 원산 밖 공해 상에서 정찰활동 중이던 미군 정찰기에 북한 전투기가 접근해 위협 비행을 한 기사는 4일자 조선일보 특종이다.

대통령과 평검사의 토론 중 폭로된 SK 수사 외압의 실체로 11일자 중앙일보는 이상수 민주당 사무총장만 거명했으나 같은 날 조선일보에는 李총장뿐 아니라 이근영 금감위원장도 나왔다.

정부 측의 퇴진 압력을 받고 있던 유상부 포스코 회장의 연임 포기 기사도 13일자 조선일보 2면에 보도됐으나 중앙일보에는 없었다.

10일자 중앙일보 4면 대통령과 평검사 토론 스케치 기사에는 "…1백15분간 진행된 토론은 때론 '금도(襟度)'를 넘나드는 아슬아슬한 분위기로 흘렀다"는 구절이 나온다.

남을 받아들일 만한 도량이란 '금도'의 사전적 뜻과 어울리지 않는 이런 어색한 글이 어떻게 데스크와 교열을 통과했는지 모르겠다.

성병욱 중앙일보 고문.세종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