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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복지연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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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사람은 죽는다고 당장에 저승에 가는 것은 아니다. 이승과 저승 사이에는 「중유」라는 세계가 있다고 불교에서는 보고 있다. 사람은 죽게 되면 그가 극락으로 가게 될는지 아니면 지옥으로 가게 될는지, 먼저 심판을 받게 된다. 이게 결정될 때까지는 이승과 저승 사이의 공중에 걸려 있게 된다.
정말로 저승에 이르는 길은 멀고도 멀다. 불토를 몇십만개나 건너뛰어야 하겠으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승을 향해 걷기 시작한지 7일째에 사람은 부동명왕의 화신으로부터 첫 서류심사를 받는다. 이때 생전에 저지른 선악의 행위가 모두 기록된다.
14일째에 이르러 석가여래의 화신으로부터 두 번째 심판을 받는다. 이 때 사자는 폭이 6천4백㎞나 되는 큰 강을 건너야 한다.
이 강은 7일 동안 줄곧 걸어야 겨우 건너갈 수 있다. 그것도 생전에 죄가 없어야만 한다.
그렇다고 다 끝난 것은 아니다. 그 다음에도 문수보살의 화신. 보현보살의 화신, 지장보살의 화신, 미륵보살의 화신, 약사여래의 화신의 차례로 7일에 한번씩 재판을 받아야 한다.
이런 것을 모두 거친 다음에야 비로소 사람은「중유」의 세계를 벗어나고 저승의 세계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정말로 멀고도 험준한 저승에의 길이다. 다행히 저승에의 나그네 길은 이승에서의 나그네 길보다 사뭇 가볍다.
미국의 어느 의사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사람의 몸무게는 죽는 순간 42.5g 가벼워진다. 이를테면 영혼의 무게는 42.5g정도라는 얘기가 된다. 그러니 저승으로 가는 사람의 발길은 적어도 그만큼은 가볍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역시 사람은 이승길에서나 저승길에서나 시름에 쌓이기 마련인가 보다.
어떻게 보면 저승길이 그토록 험준하다면 이승에서의 괴로움이 아무리 크다 해도 못 견딜 것도 아니다.
어쩌면 이승의 괴로움을 사람들이 잊도록 하기 위해서 스님들이 될 수 있는 데까지 저승에의 길을 무섭고 가파롭게 그렸는지도 모른다.
요새 국민복지연금제에 대해서 말들이 많다. 근로자들의 알량한 월급봉투에서 4%씩 뗀다는게 너무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4%의 연금 하나만을 두고보면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갑근세에, 국민저축에, 주민세에 기타잡부금들을 합치면 끔찍해진다.
마치 저승에 이르기 전에「중유의 세계」에서 수없이 재판을 받는 것과도 흡사할 것이다.
극락이 아무리 좋다 해도 역시 생전에 조금이라도 편히 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이런게 중생의 어리석음일는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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