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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봉 잡은 왕년 배구 스타들, 우승조련 3인3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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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계전국남녀중.고배구연맹전이 열리고 있는 강릉종합실내체육관.

한국 남자배구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선수 출신 감독들이 지도자로서 한판 대결을 벌이고 있다.

라이트 이상렬(37.서울인창고 감독), 레프트 하종화(34.진주동명고 감독), 센터 정의탁(42.안양평촌고 감독).

현역시절 서로 다른 팀에서 다른 포지션으로 활약했던 이들 세 사람은 지도자로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고 있다.

*** '폼에 살고 폼에 죽는' 이상렬

"감독 중에 테이핑하는 건 상렬이밖에 없을 거야."

13일 이상렬 감독이 연습에 앞서 손가락에 테이프를 감자 이경석 경기대 감독이 한마디 던졌다. 어느새 주름살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이감독은 늘 캐주얼한 복장에 가방까지 대각으로 메고 다닌다. 약간 짧아지긴 했어도 갈기머리는 럭키화재(현 LG화재)시절의 '삼손' 그대로다.

1997년 은퇴 후 이민을 생각하다 99년 모교 인창고 코치로 부임한 이감독은 지난해 인창중.고를 맡는 총감독이 됐다. 명색이 총감독이지만 직접 공을 잡아야 직성이 풀리는 이감독은 테이핑한 손으로 일일이 공을 때려가며 인창고를 올해 최강자로 조련해냈다.

*** '말없이 웃기만 하는' 하종화

지난해 말 10여년간 몸담은 현대캐피탈을 그만둔 하종화 감독은 올 초 모교 동명고를 맡았다. 한양대 재학 중이던 91년 수퍼리그 우승과 함께 최우수선수로 뽑히며 거포 소리를 들었던 하감독이지만 감독으로서는 아직 '초보'다. 선배들은 하감독에게 '지도자의 길'에 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때마다 하감독은 말없이 웃기만 한다.

현 동명고 멤버들은 동명중 시절 전국대회를 제패한 강자지만 고교에 진학한 뒤 키가 자라지 않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감독 데뷔전(11일)에서 안양 평촌고에 1-3으로 패한 동명고 선수들은 다음날 수성고를 3-0으로 잡아 하감독에게 첫 승리를 선사했다.

*** '형 같은 감독' 정의탁

"웃어야 예쁘게 나오죠."

정의탁 감독이 사진촬영차 포즈를 잡자 선수들이 일제히 농담을 건넸다. 형처럼 살갑게 대하는 정감독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고려증권 시절 부동의 센터로 하종화와 이상렬의 스파이크를 막아냈던 정감독은 95년 은퇴한 뒤 98년 경기도 양주의 남문중 창단 감독을 거쳐 2000년 말 평촌고 창단감독으로 옮겼다. 정감독이 직접 뽑은 첫 멤버가 올해 3학년이다.

지난해까지는 전국대회에서 맡아놓고 예선탈락이었지만 이번 춘계연맹전에서 8강 진출을 눈앞에 뒀다.

강릉=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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