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비엔날레」변모한 새 경향과 한국 작가의 출품작【파리=주섭일 특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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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년마다 이곳에서 열리는 「파리·비엔날레」가 지난 14일부터 한달 동안「파리」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있다.
「프랑스」의 지난 68년5월 혁명이후 이른바 『예술을 위한 예술』이란 낡은 미학을 거부하고「사회를 변혁시키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예술』을 주장하면서 세계의 젊은 예술가들이 이 예술의 제전에 개혁의 바람을 불어넣은 지 4년만에 열린 이번「비엔날레」에는 한국의 심문섭(32) 이건용(32)2명의 신예파가 참여하고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비엔날레」의 특징은 예술은 본래의 사명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아래『인생·인류·정신생활의 표현으로서의 예술에 관한 독자적 형태의 미학적 성찰을 위해 이제 예술은 정치적인 전투장에서 이별을 고한다』고 선언, 예술의 목적성을 불과 4년만에 거부하고 나왔다는 사실이다. 『인간은 예술로써는 예술밖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공공연히 선언되고 있는 이번「비엔날레」에는 무엇보다도 『얼마 전에는 예술이 세계를, 아니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정치화가 불가능하다고 새롭게 평가되며 또다시 옛 기존관념이 『예술을 위한 예술』로 돌아가자는 경향이 강력히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나무의자에 작가자신이 팔·다리·가슴·머리부분을 가죽 혁대로 동여매고 앉아『의자에서의 사형』이라고 명명한 「캐나다」의「마크·프렌트」등의 새로운 경향의 작품 등에서 아직도 세계의 상징적인 표상이 강렬한 인상을 주고있다.
개막 초 일부터 한국의 두 작가는 인기를 모았으며 「프랑스」국영방송이 이들과「인터뷰」까지 할 정도였다.
심 씨와 이 씨의 작품은 『자연과 작가의「자연스러운 만남」을 제시해 주었을 뿐』이라는 점에서 하나의 새로운 경향을 시도하고 있다.
심 씨는 벽(높이2.4m, 폭 1.7m의 위쪽에 문풍지를 붙이고 그것을 질서 없이 밑 부분을 듬성듬성 뜯어내고 약2m쯤의 벽면을 그냥 남겨둔 다음 벽 밑 부분에 문풍지를 기대놓은 다음3개의 바윗덩어리를 지면에 흘러나온 종이 위에, 2개의 바위를 땅바닥에 갖다놓은 언뜻 보기에 극히 단순한(?) 작품, 또 4개의 철판을 땅바닥에 놓고 「시멘트」가루를 단절된 부분에 사화산구처럼 쌓아놓은 것과 철관을 세워놓고 철사로 천장에 연결하는 등의 3개의 작품을 내어놓았다.
이 씨는 재료를 큰 나무 밑 부분과 흙만으로 사용, 나무를 뿌리째로 옮겨놓은 것과 같은 높이 2.5m의 거작(?)을 내어놓았다.
심 씨는 『인간, 즉 작가가 느낄 수 있는 「리얼리티」를 있는 그대로 제시한 것뿐이며 예를 들어 나무로 무엇을 만든다는 것은 이미 그 나무는 자연으로서의 속성을 떠나며 더욱 인간으로부터도 떠나는 것이다. 나는 즉 재료(자연)도 그대로 살리고 인간과 자연이 적당한 위치에서 만나는 것으로 작업을 끝낸다. 다시 말해 작가가 자연과의 자연스런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고 자작해설. 또한 이 씨는『지금까지의 예술은 개념화작용이었는데 나는 이 같은 기존관념의 부정에서 출발했다. 자연이나 인간이나 가장 먼저 모두가 세계 속의 일부라는 자각에서 나의 작품을 시작한 셈이다.
다시 말해 세계의 일부를 원형 그대로 갖다 놓는다는 것이 이번 작품의 의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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