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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계의 의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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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병도씨<학술원회장>-서울대 옛 모습 어느 정도 보존
들리는 바로는 도서관·대학본부나 문리대 구 건물과 교정의 나무, 4·19탑 등을 그대로 두고 운동장에「아파트」를 짓겠다고 하니 서울대학의 옛 모습이 어느 정도는 보존된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그 자리에 짓겠다는「아파트」는 너무 호화로운 것 같다. 그 자리에 그처럼 비싼「아파트」를 꼭 지어야 할 이유를 알 수 없다. 좀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당국은 서민용 주택을 좀 더 많이 지어야할 것이다.
▲김형석씨<연세대교수>-문화적인 유산 없앨 수는 없다
도심지에「아파트」가 많이 들어서는 것은 국제적인 추세지만「아파트」단지가 좋은 마을을 형성하지는 못한다.
「마로니에」광장, 4·19기념탑 등 우리의 정신적 유산이 되고있는 문리대「캠퍼스」자리의 역사와 문화의 자취가 도대체 어디에 남아있을 것인가? 앞으로는 의대·치대·약대 등 의학「캠퍼스」가 남아있게 될 것이므로 문화「센터」를 세우는 것이 이상적이 아닐까 고 생각한다.
눈앞에 당장 돈이 좀 모자란다고 문화적인 유산을 팔아 없애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박기수씨<소설가>-돈 많은 사람들 이중생활 조장
우선 서울대학교 건물을 헐어버리는데 의구심을 갖는다. 비록 낡았다지만 많은 인재들을 길러낸 이 건물을 박물관으로 만들어 기념하지는 못할망정 헐어버리고 호화판「아파트」를 짓겠다는 의도를 모르겠다.
더구나 서민들을 위한「아파트」가 아니기 때문에 돈 많은 사람들의 이중생활을 조장하는 것이 아닐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유서 깊은 대학가의 면모가 사라지게 되는게 가슴 아프다. 호화로운「아파트」를 지을 대지는 서울시내에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한다.
▲강병기씨<한양대교수>-유적지 보호가 더 바람직한 일
외국에서는 역사적인 인물의 생가나 유적지를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있고 우리 나라에서도 이순신·강감찬 장군 등의 사적지를 보존하고 있다. 서울대 본부와 문리대 자리는 유서 깊은 대학의 위치요 건물들이다.
시대변천과 함께 새로운 기능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있을 수 있으나 기념성 분위기 등은 영구히 보존해야할 것이다.
「아파트」건립 계획이 강행되더라도 호화「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사람들은 적어도 자가용이나 자기주택을 소유한 사람일 것이므로 이들은 변두리에서 살게 하고 20평 안팎의 서민용 주택을 짓도록 하되 녹지대, 4·19탑 등은 영구히 보존해야 할 것이다.
▲박병주씨<홍익대교수>-도시의 기념성 없애는 건 잘못
문리대 자리에「아파트」를 건설한다는 문제는 정책적으로 결정된 것 일테지만, 그 자리에 꼭 호화「아파트」를 지어야만 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문리대 자리에 서울대학교가 있다는 것에 서울대학교의 의미를 두는 사람들이 많은데 도시의 기념성을 없앤다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다.
이왕 짓는다면 옛 건물이나 구역을 최대한 보존해야 한다.
▲최호준씨<연세대도시문제연구소>-아파트보다는 공원 조성해야
인구분산·교통난 해소문제로 볼 때 문리대 자리에 호화「아파트」, 그것도 15층짜리를 짓는다는 것은 재고해 볼일이다. 최근 도시계획이 미학을 무시하고 양적인 실적위주로 전개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서울의 무주택율 46.2%(72년 현재)를 생각한다면 호화「아파트」를 유서 깊은 문리대 자리에 지어선 안되며 서울의 공원 점용율이 점점 줄어드는 현시점에서 「아파트」보다 공원을 설치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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