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인터뷰] 김남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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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배우 김남진(27)은 행운아라 불릴 만하다. 수많은 스타 지망생이 대기하는 연예가에서 남들은 얻기 힘든 기회를 세 번이나 연거푸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아직 그를 모르는 사람이 많지만 그는 충무로.여의도에서 어느새 주연급 인물이 됐다. 그리고 이제 진짜 시험을 치러야 한다. 지금까지는 모의고사에 불과했다. 시청자와 관객이란 이름의 무서운 판관(判官)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1. 1997년 교회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사람이 있었다. 남성복 디자이너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김남진에게 모델이 되지 않겠느냐고 권유했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얼마후 그의 사진이 나가자 광고계에서 즉각 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의류브랜드 '스톰', 산타페, 투유초콜릿, 밀리오레, 배스킨라빈스, 스카이…. 광고 출연 섭외가 몰려 들었다. 이후 현역으로 병역을 마친 후에도 인기는 식지 않았다. 데뷔 4~5년 만에 그는 모델계의 특A급 모델로 자리잡았다.

#2. 지난해 개봉된 영화 '연애소설'

김남진은 책 대여점의 '멋진 오빠' 역을 맡아 딱 두 장면 등장했다. 촬영이 이틀만에 끝날 정도의 분량이었다.

하지만 그는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고, 올해 개봉하는 영화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의 주연자리를 따내는 이변을 이뤄냈다. 감독이 그의 가능성만을 믿고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그리고 세번째 놀랄 일이 일어났다. SBS가 '태양 속으로'의 후속으로 오는 22일부터 방송하는 '천년지애'(토.일요일 밤 9시45분)의 남자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것이다.

"아직 부족한 게 많은데 지나친 대우를 받게 돼 얼떨떨해요. 기회는 곧 위기이기도 하잖아요. 발을 잘못 디뎌 한 순간에 추락할 수 있는…. 반짝 스타라는 소리를 듣지 않게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천년지애'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사랑 이야기로 영화 '은행나무 침대'를 연상시킨다. 백제의 공주(성유리)가 호위장군에서 3류 건달로 변한 남자(소지섭)와 1천4백년을 넘나들며 엮어내는 사랑을 담는다. 사극과 현대물이 1대9의 비율로 섞인다.

여기서 김남진은 부여공주를 흠모하던 신라 장수 김유석과 역시 현대에서도 그녀를 좋아하는 일본의 영화제작자 후지와라 다쓰지 역을 맡았다.

이를 위해 그는 한달 전부터 다른 일정은 모두 취소한 채 이 작품에만 매달리고 있다. 연기자로서의 성공 여부가 달린 승부처라고 믿기 때문이다. 오전에는 승마장에서 말을 타고, 오후에는 4~5시간 동안 무술을 배웠다. 틈날 때마다 연기 지도도 받고 있다.

"차승원.유지태 등 모델 출신들이 배우로 성공한 건 집중력과 상상력 때문일 거예요. 모델들은 자기가 어떻게 보이는지 감각적으로 체득하거든요. 또 모델은 스테이지에서는 어떤 모습으로도 변신해야 하잖아요. 아직 연기는 초보지만 감각적인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신인이니까 조금만 너그럽게 봐 주시면 좋은 배우로 성장할게요. 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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