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분으로 자멸 영화업자협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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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영화산업의 육성발전을 촉진하고 영화예술의 질적 향상을 도모한다』는 목적으로 지난 2윌 영화 법이 개정된 후 영화진흥공사·영화배급협회·영화업자협회 등 관련기관이 속속 창립, 영화계는 차차 정상을 되찾는 듯 싶었으나 영화제작 수입의 핵심체인 영화업자협회(회장 신상옥)가 내분 끝에 6일을 기해 해체됨으로써 영화계는 다시 혼란에 빠지게 됐다.
영화업자상호간의 공동이익을 추구하고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된 영화업자협회가 해체라는 방법으로 자멸의 길을 택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협회자체가 유명무실하고 친목도모도 되지 않는다』(9개 회원의 해체결의안)는 데 있으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협회자체가 이질적인 두개의 세력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었다. 즉 영화 법개정 전에는 외화수입업자와 국산영화 제작자가 각각 분리돼 있어 양자간의 이해의 충돌이 거의 없었으나 법개정 후에는 1개업자가 수입·제작을 병행하도록 되어 있어 한 단체의 산하에 모이게 된 것이다.
수입과 제작을 병행하도록 한 개정 영화 법에 대해서는 찬반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이들이 한 단체로 묶여 행동통일을 기하리라는 것은 당초부터 엇갈린 예상이었다. 그러나 설혹 영화업자협회라는 기구가 비록 법인체는 아니더라도 영화제작·수입의 핵심체로서 최소한의 존재가치가 인정된다면 당초부터 영화당국이 협회운영에 대한「리모트·컨트롤」이 있었어야 했을 것이라는 여론이 높다.
영화업자협회가 지난 4월 창립된 후 12명의 회원들은 우리 나라 영화계 전체의 발전 따위는 생각지 않고 각기 스스로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인상을 짙게 풍겨왔다. 가령 외화수입을 전문으로 하던 일부업자는 제작회사로서의 체면을 최소한 유지하기 위해, 혹은 외화수입「코타」를 얻기 위해 마지못해·국산영화를 제작하면서 그나마도 전보다 더 질적 수준이 낮은 영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특히 몇몇 업자는 개정영화 법이 엄격히 금하고있는 명의대여행위도 교묘하게 계속함으로써 영화법개정의 본뜻을 무색하게 해온 설정이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수입·제작되는 모든 영화의 배급업무를 담당하게될 영화배급협회 (이사장 김태수)의 출현은 업자협회 내 양대 세력간에 불씨를 이루는 계기가 되었다. 업자협회회원은 자동적으로 배급협회회원이 되지만 문제는 업자협회원가운데 2명이 배급협회의 이사로서 업자협회를「컨트롤」한다는데 있다. 배급협회총회에서 선출된 업자협회 측 이사는 「연방」의 주동진씨,「합동」의 곽정환씨 인데 우연의 일치일는지는 몰라도 이 두 사람이 모두 영화법개정전의 제작 사 출신들이었다.
물론 제작 사 출신이라고 해서 반드시 수입사출신에 대해 배타적일 수는 없겠지만 지난 14일 신상옥씨를 포함한 회장단 불신임 결정 안을 낸 8명의 회원가운데「한진」의 한갑진씨를 제외한 7명이 수입사출신이었다는 사실은 이들 사이의 미묘한 입장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이것은 이번 업자협회해체결의안에 서명한 대부분의 회원들이『배급협회이사인 업자협회회원들이 협회전체의사를 대변치 않고 자기자신 내지 일부회원들의 이익만 추구하려 하고 있다』, 혹은『배급협회실수요자선정에 업자협회 측 이사의 입김이 작용하는 등 흑막이 있다』고 말하고있는 사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어쨌든 업자협회가 해체됨으로써 앞으로 두개의 업자협회가 생길는지, 재 규합하게 될 것인지, 혹은 영영 없어지게 될 것인지 아직 섣불리 전망할 수는 없지만 비록 업자협회가 영화계 전체에 대해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단체는 아니더라도 대 영화당국의 문제, 대 영화진흥공사의 문사해결이 원활치 못할 것이 명백하고 보면 영화계 자체나 영화당국에서 업자협회해체에 대한 조속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정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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