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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은 엔진 … 흡연·과음부터 피하고 허리·다리 근력 강화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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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40년 이상 마음을 터놓고 지내던 친구가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습니다. 꾸준히 관리했는데….”

새해 건강을 챙길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심장’이다. 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연말연시에는 심장이 감당하는 부담이 커진다. 과음·과로·스트레스·기름진 식사가 줄을 잇기 때문이다. 중앙일보헬스미디어는 새해를 맞아 건강릴레이 인터뷰를 시작한다. 첫번째 주제는 심장이다. 지난 2일 국내 최고의 심장 명의(名醫)인 신촌세브란스 심장내과 정남식(사진) 교수를 만났다. 그는 고 김대중 대통령의 심장 주치의로도 활동했다.

심장은 엔진이다. 정 교수는 “우리 몸은 심장에서 시작한 혈관을 통해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받는다”고 말했다. 문제는 심장 주변 혈관이 좁아졌을 때다.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고 가정하자. 오래 앉아 있으면 다리 쪽 혈관이 좁아진다. 시간이 지나면 다리가 퉁퉁 붓고 찌릿한 통증을 호소한다. 심장도 마찬가지다. 혈관이 좁아지다가 병이 생긴다.

심근경색·협심증 같은 심혈관질환이 대표적이다. 심장을 감싸고 있는 관상동맥이 막히면서 협심증이 시작된다. 정 교수는“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2013 보건복지통계연보에 따르면 심혈관질환은 암에 이어 국내 사망원인 2위다. 하지만 한 부위에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분류하면 가장 많다. 그는 “1970년대만 해도 일년에 심근경색 환자 10명 보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요즘엔 심혈관센터에 입원하는 환자 10명 중 7~8명은 심장혈관 질환”이라고 말했다.

심장 건강을 해치는 요인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는 흡연이다. 정 교수는 “니코틴은 혈관을 좁게 수축시킨다”며 “두 세갑씩 줄담배를 피면 혈관이 하루종일 수축돼 있다”고 말했다. 혈관 속 혈전(피떡)도 잘 생긴다. 폭음 역시 심장의 적이다. 알코올은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게 만든다. 피자·햄버거·치킨 같이 육식 식단도 주의한다. 지방·콜레스테롤이 혈관에 쌓이다가 혈전을 만들면서 혈관을 막는다. 정 교수는 “혈관 탄력성이 떨어지면서 혈관 노화도 빨리 시작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은 스트레스다. 새해 업무 계획을 세우는 연초에는 업무강도가 높다. 오래 긴장하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돼 혈관이 수축한다. 이때 위험요소가 여러 개 겹치면 좁아진 혈관을 더 좁게 만든다. 그만큼 돌연사 위험도 몇 배 높아진다. 정 교수의 죽마고우도 혈관 속 여유 공간이 60% 이상 남아 있었다. 혈관을 완전히 막지 않은 상태였는데도 갑자기 악화됐다. 혈관이 파르르 떠는 경련성심장발작으로 혈액통로가 갑자기 막힌 것이다. 이렇게 혈관경련성 심장질환자가 의외로 많다. 미세한 증상도 놓치지 말고 심장검사를 받아야 하는 이유다.

심장 전문가의 심장 건강법은 단순하다. 허리·다리 근력을 강화하는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그는 “체력이 약해지면 조금만 움직여도 피곤해 외부활동을 꺼린다”며 “집안에만 틀어박혀 생활하다 우울증으로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결국 심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운동을 잊지 않는다. 그가 즐겨하는 운동은 양 팔을 허리에 붙이고, 뒤꿈치를 든 상태에서 앉았다 일어섰다 반복하는 것. 50회 정도를 하면 호흡이 가빠지고, 다리가 뻐근할 정도로 근력이 생긴다. 그는 “사무실에서 하루 세 차례는 해야 하고, 균형잡기가 힘들면 벽을 짚고 하라”고 권했다.

시금치·콩나물·쑥갓 등 채식 식단도 도움이 된다. 식이섬유는 혈관에 낀 찌꺼기를 제거한다. 고기는 일주일에 한 번씩 소량 섭취한다. 삼겹살보다는 스테이크가 낫다. 정 교수는 “삼겹살은 크기가 작아 기름이 적다고 생각하지만 스테이크와 달리 주섬주섬 주워 먹다 한 번에 2~3인분은 거뜬히 먹는다”고 말했다.

잠은 충분히 잔다. 수면은 혈액을 맑게 하는 천연 치료제다. 잠을 자는 동안 백혈구가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혈전 유발물질을 제거한다. 오래 자는 것 보다는 깊은 잠이 좋다. 코골이가 심하다면 혈관건강에 더 주의한다. 숙면을 방해하고 혈압을 높여 심장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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