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활용한 암 맞춤 치료법 연구 … 미래엔 암 수술 사라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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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영 원장이 미래 암 정복 가능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수정 기자]

해마다 암과 관련된 새로운 연구결과가 쏟아져 나온다. 연구결과는 임상시험에 적용되고, 결국 상용화된다. 암 생존율이 높아지고, 암 환자의 생존기간이 길어지는 배경이다. 치료의 발전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속도는 갈수록 빨라진다. 암 전문가들은 이같은 연구결과가 암치료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견한다. 서울대병원 노동영 암병원장은 “결국 암은 만성질환으로 인식되고, 수술이 없어지며, 병원의 기능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암 치료가 어느정도 발전하고 있나.

“1980년대부터 10년 단위로 제곱·세제곱으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제는 항암제·방사선·수술을 융합하는 다학제적인 치료가 시행된다. 1980년대가 ‘살리기 위한 치료’였다면 지금은 암에 걸려도 ‘행복한 삶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간다. 환자가 추구하는 바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암은 조기발견, 조기치료가 중요할텐데.

“앞으로 조기진단에서 암발생을 예측하는 시대로 접어든다. 태생적으로 어떤 질환에 걸릴 위험이 많은 지에 따라 예방조치를 미리 할 수 있다. 유전자 분석을 통해서다. 조기진단은 분자영상으로 가능하다. 세포단위에서 분자단위로 보는 거다. 암이 형성되는 전단계에서 유전자 변형을 미리 알아 암으로 가고 있는 단계에서 찾아낸다. 피 한 방울로 진단이 가능해진다. 이것은 지금도 일부 가능하다.”

-기술이 발전하면 어떤 변화가 생기나.

“병원의 기능이 축소된다. 입원을 하지 않는 의료시스템이 보편화할 가능성이 높다. 수술건수나 범위도 훨씬 줄어든다. 조금 떼어내고 방사선 치료를 하는 식이다. 내시경수술이 처음 나왔을 때 재발할 거라고 의사들이 코웃음쳤다. 암도 원격으로 진단·수술이 가능해질 거다. 로봇수술로 가능하다. 로봇수술의 장점은 원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원격의료 논란이 있긴 하지만 언젠가는 가지 않을까. 칼라TV도 처음에는 소비성향을 늘릴 거라고 반대가 심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그 방향으로 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어떤 연구가 진행 중인가.

“서울대병원에서 하버드의대, 가톨릭대, 가천대, 잭슨랩(Jackson Lab)과 함께 ‘고효율 맞춤의료를 위한 PDX기반 임상유전체 표준 플랫폼 개발’ 연구를 올해부터 진행한다. 면역기능이 없는 쥐에 암환자의 암 조직을 이식한다. 사람 종양을 카피하는 것이다. 그 상태로 유전자 분석을 해 종양에 맞는 치료법을 찾아낸다. 일종의 아바타다. 암의 저항성과 내성분석을 위해서다. 사람한테는 시험할 수 없는 것을 적용하고, 치료법을 만들 수 있다.

-암 정복은 가능할까.

“근본적으로 암을 발본색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생존율을 5년, 10년 이상 늘릴 수 있다. 암은 관리만 잘하면 평균 수명을 늘릴 수 있는 만성질환이 될 것이다. 만성골수성백혈병도 처음에는 못 고쳤지만 지금은 만성질환이 되지 않았나. 초기단계에서 찾으면 수술부위가 작아지고 치료율은 높아진다. 나중에는 암 수술 자체가 없어질 것이다.”

-시기는 언제쯤이 될까.

“빠르면 2030년 정도에는 가능하지 않을까. 유전자 분석을 통해 맞춤치료 타깃이 정확해지고, 지금보다 훨씬 보편화한다. 하지만 이런 첨단기술은 국가가 담당해야 한다. 결국은 재정의 문제다.”

글=류장훈 기자
사진=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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