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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동완|U대회대표단임원 동완 교수 방소 수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선수촌 생활>
선수촌의 생활은 초반이 상오7시부터 10시, 점심이 하오1시부터 1시, 저녁이 하오7시부터 9시로 식당의「서비스」시간이 한정되어 있고 옥내의 각 구역간의 왕래와 바깥출입을 할 때 사진이 붙은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제한도 없다. 신분증 검사만은 매우 엄격하나 식사시간 제한은 적당한 여유를 가진 것이다. 참가자 자격심사가 끝난 다음 경리담당 직원에게 1인당 매식 2「달러」씩 계산하여 식비를 불입하면 식권이 교부되고 출입증이 교부된다.
조직위원회가 참가자들에게 주는 선물로「마크」가 든 가방에 각종 안내서가 든 것이 나오고 임원들에게는 직책에 따른「배지」가 교부된다.
우리선수단의 숙소는「모스크바」대학교 본관 건물의 14층 좌측 끝으로 학부 상급학생들의 기숙사의 일부다. 이 거대한 대학 건물은 하늘에서 내려다본다면 동북·서남방향으로 왕자 모양일 것이며 정면은 동북향이 될 것 같다. 중심부는 34층, 양쪽「윙」은 17층이라고 한다.

<모스크바 대학은 34층>
방의 구조는 앞에서 말한 것과 같으며 24시간 전기와 온수가 공급되고, 후면의 마당과 출입문을 전망하는 조그만「베란다 가 붙은 취사 실에는「가스·레인지」4대와 전기다리미· 다리미대·식탁 등이 설치되어 있어 쌀밥과 라면 등을 끓여먹을 수 있고 여자선수들은「유니폼」「와이샤쓰」등을 다리미질하기에 불편이 없다.
어느 나라 선수들이나 일과는 대동소이했을 것이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는 훈련위주로 일과가 진행되며 16일 이후는 경기위주로 되었을 것이다.
주력인 농구와 배구가 모두 결승「리그」까지 올라간 우리선수단은 경기가 없는 날을 택하여 각「팀」별로 불과 2∼3시간씩 각각 하루, 그리고 폐회식 날 오전에「크렘린」을 방문한 이외에는 시내 관광은 할 시간이 없었다. 그밖에 남자배구선수들이 19일 하오 7시부터 9시 반까지는「베르나츠키」거리에 있는「서커스」를 구경할 수 있었고 20일 저녁에는 단장이하 전원이「트로이츠카야」탑 출입문을 통하여「회의구전」극장에 가서 널리 외국에도 알려진「코카서스」산악민족인「오세친」의 민속무용 등을 관람했고 막간에 실내정원으로 올라가 세계각국의 희귀 식물들을 돌아보고 일찍 숙소로 돌아왔다.

<공원·박물관 무료관광>
이와 같이 시내 관광이나 각종 구경을 할 기회를 갖지 못한 것은 우리 선수들이 끝까지 잘 싸워서 여가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허락하여 미리 신청만 한다면 극장·「서커스」·음악회·공원·영화관·박물관 등을 무료로 수없이 관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 선수단에는「유니버시아드」79호라고 찍힌「버스」와 승용차가 각각 1대씩 배당돼 있고 각 경기장과 대학사이에는 노선「버스」가 운행되고 있으며「택시」를 제외한 시내의 모든 교통기관은 무상으로 대회참가자들에게 개방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숙소 안에서도 저녁마다 음악회가 열리고 영화가 상영되었으며 소련 각지를 위시하여 동구 각국의 맥주가「인터내셔널·클럽」에서 판매되어「밴드」의 주 악과 더불어 참가자들 의 향수를 달랜다. 그리고 담배·신문·잡지·약품·간단한 일용품 등은 차례를 기다려 환전해야 하는 번잡은 있으나 구내 각종 매점과 선물전문으로「굼」(국영 백화점)의 지점이 지하실에 설치되어 있어 과히 불편은 없다.
우체국·전신전화국도 옥내에 있어 국제우편·전보·전화를 취급하고 있으며 세탁·이발·이용·사진현상·인화 등도 유료로 하고 있고 의무실은 3, 5, 10층에 함께 5개소가 있어 24시간무휴로 열려 있다.
「모스크바」는 전반적으로 공기오염은 별로 없을 것같이 여겨지나 선수촌이 자리잡은 이곳「모스크바」대학 부근은 특별히 공기가 맑다. 우리의 숙소에서 건물 전면, 즉 동북방을 전망하면「모스크바」강 건너에 가까이「루즈니키」의「레닌·스타디움」에서부터 도심부분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취사 실「베란다」에 서서 후면, 즉 서남 방을 전망하면 녹음에 싸인 광대한 대학부속 체육 장에 이어 새로 이루어져 가는 여유 많은 도시 건설을 볼 수 있다.

<구내서 국제전화 가능>
저녁 식사가 대체로 끝날 9∼10시께 부 터는 식당에서 올라오거나 후면 출입구에서 들어와 2층으로 올라오는 넓은 층계참과 계단양측에 진풍경이 벌어진다. 각국 남녀선수들의 복장은 상하가「트레이닝」차림이 일반 바깥사회의 예복차림에 해당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위는 경기 복에 긴 바지를 입고 있다.
때때로 배꼽을 노출시킨 여자수영선수가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지도 않은 채 활보하고 지나가는가 하면 머리와 목이 같은 긁기의「레슬링」선수가 「블루진」반바지에 일본식「조오리」를 질질 끌면서 오간다.
층계양쪽 난간에 참새처럼 앉아 다리를 주렁주렁 드리우고 있는 선수들은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가슴에단「배지」와「트레이닝」에 관심이 크다. 좀 색다른 것을 발견하면 조금도 주저하지 앉고 교환하자고 덤빈다. 상담은 간단하다. 합의되면 바꾸고 아니면 그만이다.
대회기간이 끝날 때가 가까워짐에 따라 이 물물교환은 더욱 활기를 띠어 간다. 층계에서의「배지」교환은 경기 복「트레이닝」으로 발전하고 마침내 숙소를 찾아다니게 되고 각자가 고국에서 들고 온 가방까지도 교환한다. 우리선수단은「배지」가 특히 아름다워 초기부터 많은 교환 희망자를 낳더니「트레이닝」·작은 가방 모두가 대인기다. 색깔이며 품질이 좋고 이색적이기 때문이다. 폐회식 때는 여러 외국선수단 사이에 우리「트레이닝」을 입은 몇 몇 사람들을 발견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선수단 배지 인기>
「스페인」계통 국가의 선수단은 특히 이채롭다. 그들은 대체로 검은 색이 우세한 흑백인 혼성「팀」인데 고국으로부터 자신들의 북이나 현악기를 가지고 왔다. 층계참에 모여서 주악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즐기는가 하면「밴드」가 주악으로 각국 선수들에게「러시아」민요를 들려주고 있는「인터·클럽」에서까지도 그것은 아랑곳없이 자신들의 악기를 울리고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하루는 저녁 후부터 시작된 층계음악회가 자정을 넘게 되었다. 운집한 각국 선수들은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있는 듯하다. 마침내 선수촌 경비담당 측에서 해산요청이 들어온다. 아랑곳없다. 경비 측에서는 인원을 동원하여 강제 해산시킬 기세를 보인다. 여전히 아랑곳없다. 질서는 유지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손님으로 이곳을 찾아온 사람들을 난폭하게 대접할 수는 없다. 지켜보고만 있다. 군중은 1시께 헤어졌다. 우리 선수들은 모르고 지난 일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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