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비동맹운동의 재정립|「알제리」제4차 비동맹국 정상회담의 의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이른바 재3세계의 단결과 세계평화에의 기여를 표방하는 제4회 비동맹국정상회담이 오는 5일부터 8일까지 4일간「알제리」수도「알제이」에서 막을 올린다. 8월29일부터 31일까지의 예비회담에 이어 2일부터 사흘간에 걸친 외상회담이 정상회담을 위한 마지막 정지작업에 「피치」를 올리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의 주 과제는 경제문제가 될 공산이 매우 크다.
50년대 발족을 보았던 비동맹회의는 2차대전후의 동서냉전이 격화일로를 걷고 있을 때 인도의「네루」수상,「이집트」의「나세르」대통령,「인도네시아」의「수카르노」등 비동맹주의의 기수들의 지도하 세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었다. 그러나 이들 기수의 잇단 사망으로 초래된「리더십」의 빈곤 및 내부의 이해상충으로 비동맹운동은 약화되고 그에 따라 세계문제 해결에 있어서의 발언권도 희미해졌다.
하지만 비동맹운동을 오늘과 같은 사양의 길로 몰게 한 큰 원인은 뭐니 해도 미-소의 공존체제 강화, 미-중공의 화해, 중-소의 대립격화 등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요약한다면 동서냉전의 종식기운이 비동맹운동의「설땅」을 크게 잠식해버린 것이다. 비동맹운동의 후퇴추세에도 불구하고 횟수를 거듭함에 따라 참가국가는 늘어나 양적으로는 비약을 보였다.
이번 정상회담 참가국은 새로이 중남미「그룹」도 포함하여 약 80개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①국제정세의 분석평가 ②동서긴장완화에 따른 비동맹국의 역할 ③세계평화와 안보강화를 위한 비동맹국의 정치문제 및 행동의 조정 ④비동맹국의 경제적·사회적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경제문제와 국제적 조치의 분석 ⑤비동맹국 안의 협조증진과 교육·문화·과학 및 정보 등 제반 협력방안 등을 주로 다루는 외상회담에서 넘어오는 문제를 토의할 것이다.
정상회담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동서냉전의 해소추세에 따라 출범당시 내세운「세계긴장완화」라는 목표에 대체할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될 것이다. 따라서 비동맹운동은 종래의 정치적 색채에서「경제문제」로 방향전환을 하는 것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며 비동맹국간 운동의 의의를 재정립해야 할 것이다. 서방대국의 경제적 진출, 특히 다국적기업의 활동은 개발도상국의 경제를 위협하는 것으로 보고 비동맹국들은 경계의 눈초리를 번뜩이고 있다.
제3세력은 서방강대국의 경제진출을「신 식민주의」로 규탄하려는 움직임도 그 일부에서 싹트고 있다. 다국적 기업은 개발도상국의 국가주권 및 문화적 가치까지 침해할 우려가 많다는 비난도 비동맹국권에서는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동-서 긴장이 완화과정을 급속도로 걷고있지만 비동맹 세계가 내세운 당초의 정치적 이념은 비록 제한적이나 여맥을 유지하고 있다.
예컨대 민족해방투쟁에 대한 계속적인 투쟁지원열의가 바로 그것이다. 이 운동은 이런 정신에 따라 동남아와 중동에서의 그들의 정치적 이념을 강력히 밀어가고 있다.「이스라엘」규탄 같은 것은 그 대표적인 것이다. <신상갑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