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모택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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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어쩌면 모택동으로서는 마지막일지도 모를 중공의 십전대회가 끝났다.
이번 대회는 처음부터 끝까지가 비밀의 「베일」속에 덮여 있었다.
이 대회의 결과로 분명해진 것은 그저 모와 주은래를 주축으로 하는 이른바 온건파의 위치가 적어도 모택동 생존까지는 안태하리라는 전망을 갖게된 사실이다.
또 하나 분명한 것은 모택동 이후에는 「스탈린」이후의 소련이 겪어 오고 있는 것처럼 집단 지배제를 쓰게 되리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분명한 것은 이제 모택동의 시대는 지나갔으며 중공이 새 세대 사람들의 시대로 탈바꿈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새로 선출된 25명의 중앙정치국원에서 신임이 9명이나 된다. 홍위병 사건의 홍역을 치른 다음에 서서히 중공의 중추 신경안에 세대 교체가 이루어져간 것이다.
이번 대회의 「하일라이트」는 뭣보다도 왕홍문. 주은래의 뒤를 바짝 따라서 제3인자로 부상한 그는 아직 37세 밖에 안된다. 불과 7년 전까지만 해도 전혀 이름 없던 상해의 한 방직 노동자였다.
그가 어떻게 그처럼 제3인자의 지위에까지 뛰어 오를 수 있었는지도 수수께끼나 다름없다.
그리고 보면 중공안의 모든 것이 수수께끼와도 같다. 새 중앙정치국원의 명단을 발표할 때 서열을 따르지 않고 한자획수 순을 따랐다는 것도 그렇다.
새 집단지도체제가 앞으로 얼마나 계속될 수 있겠는지도 아무도 모른다.
모택동 만한 거목이 이제는 중공에도 없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아무리 모택동이 거대했다 하더라도 역시 오늘의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인물상이 더 어울린다는 것도 분명한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모·주시대 이후에 반드시 있을 숨막히는 권력의 암투 속에 살아 남을 수 있을만한 끈질긴 저력을 과연 누가 갖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기야 이번 십전대회에서 밝혀진 것도 적지는 않다. 앞으로의 중공이 계속 소련과 날카롭게 대립하면서 미국과는 미소 외교를 계속하리라는 전망 같은 것도 그 중의 하나다.
그동안 여러 해에 걸쳐 소련은 중공을 「제국주의적」이라고 비난해 왔다. 문제의 초점에는 국경을 둘러싼 이해의 대립도 있었다.
그러는 소련을 중공에서 역시 「제국주의적」이라고 통박한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특히 일본은 2차대전전의 일본 영토에 대한 소련의 『무단』점유가 가슴 아픈 것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이 볼 때에는 일본의 그런 주장은 사실 그리 떳떳한 게 못된다.
『전력을 다해서 주요 모순을 찾아보아라. 주요 모순을 찾아내면 모든 문제가 쉽사리 해결된다.』 이렇게 모택동의 <모순론>에도 적혀 있다. 확실히 모택동의 시대는 지난 것이다. 모순을 안은 채로 오늘의 세계는 돌아가며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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