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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와 「새 세대」의 자리바꿈 위한 포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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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번 십전대회는 20년대 이래 활약해 온 「혁명원로」와 문혁을 계기로 사회주의 혁명의 원동력이 되었던 「신세대」 사이의 자리바꿈 포석으로 판단된다.
모 주석-주 부주석의 인선 결과를 단순한 「모·주 체제의 재확인」으로 보지 않는 것은 대략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이다.
첫째, 당 총서기제가 부활되고 이 자리에 부주석 서열이 주 다음인 왕홍문보다 훨씬 상위인 장춘교가 발탁되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부주석의 권위에 대한 명백한 폄하이다.
원래 당총서기란 「스탈린」식 공산당 하에서는 최고 지위에 해당한다. 중국공산당도 21년 창당이래 35년까지는 이와 같은 체제를 택했었다.
그후 모가 정부 주석 외에 당권까지 장악하기 위해 당주석제를 창안해 내자 당 총서기의 권위는 하락했었으며 45년 칠전대회에서는 폐지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번의 당 총서기제 부활은 작년 팔전대회 때의 부활과도 그 의미가 다르다.
56년의 당 총서기는 당내서열이 10째 이하였던 등소평이 맡았었지만 이번의 장춘교는 신세대의 제1인자, 전체 서열도 3, 4위인 것이다.
따라서 이상의 결과를 종합해 볼 때 모는 서기국의 권한을 대폭 확대시켜 지금까지 정치국 상무위가 맡아오던 업무를 이 쪽에 이양하기로 한 것 같다.
둘째, 당연히 등장해야 할 요문원이 그의 막하인 왕홍문을 주 다음 서열의 부주석으로 밀어 올린 채 이름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것은 요가 곧 이어서 열릴 제4차 전국 인민대표자대회에서 부상할 것임을 뜻한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현재까지의 결과를 보면 당「사이드」에 모·주 외에 장춘교가 가있는 셈이고 국무원에는 주와 이선념의 아성이 구축되어 있으므로 장춘교 다음 서열인 요가 갈 곳은 국가 주석단 밖에 없는 것이다.
한가지 흥미 있는 점은 지난 59년 모가 유소기에게 선양을 했을 때 내어놓은 자리가 바로 국가 주석이었다는 사실이다.
이와 같은 점에서 본다면 문혁 기린아 요문원이 「무엇엔가에 대비해서」 남겨졌다는 사실은 참으로 묘한 여운을 남긴다.
셋째, 부주석단의 서열이 주는 의미이다.
주가 제1부주석인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주는 45년 칠전대회에서도 부주석으로 뽑혔었다) 왕홍문이 강생과 섭검영을 제치고 주 다음 자리에 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의 공식 서열로는 왕보다 3위쯤 앞섰던 이덕생이 끝자리로 밀렸다는 점이다. 이것은 신세대에 대한 특별 배려, 장·요 「상해세」의 실력, 중국 사회주의 혁명의 진로 등을 동시에 나타내는 중요한 상징으로 보인다. 왕이 금년30대(추정 50대설도 있음)의 젊은 나이라는 점, 일개 방직공으로서 장·요의 도움을 받아 두각을 나타내었다는 점, 「파리·코뮌」식의 대중혁명 노선으로 문혁에 임했다는 점을 위의 사실과 「스크린」하면 상징의 의미는 저절로 명백해질 것이다.
하지만 모가 장춘교에게 당권을 넘기는 방법이 지극히 「만만적」인 것으로 봐서 요문원이나 기등규가 단번에 국가 주석단을 휩쓸 가능성도 좀 줄어든 게 아닌가 생각된다. <홍사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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