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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범인 체포 왜 늦어지나 빈약한 장비…기본수사 체제의 맹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정보망 없는 형사는 이미 수사형사일 수 없다. 구로 공단 「카빈」강도사건은 우리 나라 경찰이 과학수사는커녕 정확한 정보수집이라는 원초적인 수사활동에조차 능력 있는 평가를 받지 못하게 되었다.
각종 범죄가 포악·지능·집단·광역·기동화 되고 있으나 경찰의 과학수사체제 및 장비·수사기동력 등은 이를 따르지 못하고 있어 더욱 수사형사의 정보수집활동이 요청된다. 그러나 형사정책의 빈곤은 정보원 조직마저 파괴시켜 일반시민의 신고에만 사건해결의 기대를 걸고 있는 실정.
수사본부의 한 간부는 28일 현재 시민으로부터의 전화제보가 1백26 건이나 되지만 수사형사 스스로 인지한 가치 있는 정보는 20여 건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는 형사가 활용할 수 있는 개인정보원이 빈약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유능한 수사관 치고 불미스런 사고도 많다』는 것은 정보원의 생계를 위해 형사들이 멍에를 쓴 경우가 많다는 것을 나타낸다. 관기확립 표방은 사실상 정보원 조직파괴를 가져왔다.
또 경찰이 확보한 과학수사장비는 빈약하기 짝이 없다. 범죄감식 차 1대, 전과자의 지문「카드」와 사진이 각각 10만 장쯤. 4년 전에 발행된 장물도감이 고작이다. 이번 사건에 동원된 형사는 서울에서만 5백50여 명.
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기동력은 각 경찰서에서 차출된 「지프」30여대. 차량 대 당 예산에서 지급되는 휘발유는 하루 12ℓ.나머지 30∼50ℓ휘발유대금은 형사주머니에서 지출된다.
형사의 수사비는 하루 겨우 80여 원. 그나마 소속계의 사환, 운전사 봉급이나 용지대로 전용되어 오히려 주머니 돈을 내어야하는 실정. 수사본부가 차려지면 약간의 보조금으로 겨우 하루 한끼의 식사대를 갚을 수 있을 뿐 빚만 남게된다. 일선 형사들은 1백만 원의 현상금보다 그날그날 활동할 수 있는 경비의 보조를 원하고 있다.
수사경찰의 부진한 실적은 좀더 근본적으로는 경찰 스스로 일에 대한 보람과 긍지를 잃은 데 있다. 과중한 업무와 박봉에 시달려 사기가 떨어진 수사경찰은 차라리 일선 파출소 근무를 원하는 경향마저 있다는 것이다. <김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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