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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대학 및 박물관「팀」의 고분 발굴 중간 결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경주의 올 여름은 고분 발굴의 계절이었고 우리 나라 고고학계에 커다란 수확을 안겨 준 한 철이었다.
지난 3월 23일 문화재 관리국이 경주종합관광개발 10개년 계획에 따라 경주시 황남동 155호 고분의 발굴에 착수한 이후 뜻밖에도 계림로 개설 공사장에서 봉토도 없이 잊혀졌던 신라의 고분군들이 그 신비의 형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몇기 되지 않으리라고 예상, 경주박물관이 발굴을 시작한 것이 5월 25일. 그로부터 무려 80일. 경주박물관은 불과 7백m의 이 길에서 53기의 크고 작은 고분들을 발굴, 3백50만원의 예산에 연인원 1천5백명을 동원했다.
그 외 부여박물관이 동원되어 첨성로에서만 9기를 발굴했으며 경주사적 관리사무소가 미추왕릉지구 정화 사업에 포함된 폐분과 고분의 정리 협조를 구한 서울대학이 l기, 이화여대가 2기, 단국대학이 2기, 고려대학이 3기, 영남대학이 1기 등 모두 71기(l55호와 98호 제외)의 고분을 발굴 또는 정리했다.
이 결과 그 동안 문화재 관리국에서까지 모르고 있었던 60여기의 고분이 정리되었고 고고학적인 면에서 커다란 수확을 보았으며 더구나 각 대학에서 고고학을 연구 중인 교수와 학생들이 역사의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또 수확면에서 보면 계림로 N호 고분의 보검 장식이나 경주 시내에서는 처음으로 출토된 옹관에서 나온 거륜토기 등은 155호 고분에서 나온 신라 금관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들이다.
또 부여박물관이 발굴한 첨성로 고분은 무려 9기의 고분이 다곽식(한 봉분 아래 여러 개의 고분이 있는 것)이라기보다 연곽식 고분(여러 개의 봉분이 연결된 것=강인구 부여박물관장의 말)으로 보아야 하는 특이한 형태였다. 또 신라 고분에서는 드물게 상관하협식의 석곽분 등도 드러났으며 계림로 48호분에서 53호분에 이르는 6기의 고분은 석벽을 하나씩 사이에 두고 매장한 합동 묘지 같은 모양을 보여주어 신라 묘제 연구에 중요한 자료를 지시했다.
고려대학이 발굴한 미추왕릉 남쪽의 고분군도 5기의 고분이 서로 종석을 침식하여 쓰여진 특이한 형태를 보여주어 관심을 끌었다.
그의 계림로에서 출토된 사람과 거북·말용 등이 함께 음각된 고배 뚜껑 등 각종 무늬와 그림이 새겨진 토기 등은 미술사와 풍속사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이들 고분 발굴은 기원 3세기 후반에서부터 시작하여 약 3백년간에 걸친 신라 번성기 문학의 일부를 연구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발굴은 또 몇 가지 문제점을 새로 제시해 주었다.
우선 너무나 많은 고분들이 호리꾼들에 의해 엄청나게도 샅샅이 도굴 당했으며 사적지가 전문가 외는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황폐했고 또 적어도 수백 기의 고분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황남동·황오동 일대가 모두 택지로 변해 버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학박물관「팀」에다 도굴 당한 폐분의 처리를 맡겨 학술 조사는 커녕 한 점의 완전한 유물도 얻지 못한 채 실망만을 준 것, 방학을 이용해서 참가한 각 대학 「팀」에 별로 시급하지도 않은 인왕동·교동 등의 폐분 정리를 하게 한 것도 발굴을 부탁한 경주 사적관리 사무소로서는 재고했어야 할 문제였다.
사적관리 사무소가 각 대학박물관 「팀」에 『금관 또는 이와 비견할 수 있는 유물이 출토되었을 때는 국가에 반환하고 그 외의 유물은 각 대학박물관에 보관한다』고 약속한 것이 말해 주듯이 각 대학은 유물을 얻는데 발굴 목적의 반은 있었다는 인상도 씻을 수 없다.
발굴 방법에 있어서도 너무 많은 고분을 처리한 경주박물관이 처음에는 졸속적이었으며 영남대학이 35도를 오르내리는 뙤약볕 아래서 차양도 없이 발굴을 강행, 목관에 나타났던 옻칠 흔적이나 금동관을 제대로 보존하지 못했다는 점도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98호·155호분의 발굴이 끝나면 미추왕릉 지구 담장 공사에 따른 발굴 작업이 계속될 것이며 또 해를 바꾸어 가면서 반월성 지구와 안압지 임해 전지의 발굴 등이 있을 것이다.
어느 기관이나 학교가 맡든지 간에 이번 71기의 고분 발굴은 앞으로 중요한 참고가 되어야 할 것이다. <경주=옥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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