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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동시가입의 촉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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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박대통령은 8·15경축사에서 남북대화에 언급, 북한공산주의자들에 대하여 다시 한번 남북대화의 기본원칙이 무엇인가를 밝혔다. 이 경축사는 평화의 기본이 민족적 신뢰의 조속한 회복에 있음을 지적하고, 먼저 실천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해결하여 구체적인 업적을 쌓아 올려야한다고 했다. 그리고 남북이 다같이 세계평화기구에 가입하면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민족적 신뢰의 회복 증진에 기여할 수 있게 될뿐더러, 나아가서는 세계 평화에도 이바지할 수 있게 될 것이므로 북한당국이 유엔 동시가입 주장을 허심탄회하게 받아 들이라』고 촉구했다.
민족해방의 날인 8·15를 경축할 때마다 우리는 해방당시의 감격을 되새김과 아울러 남북한 분단 대립의 가혹한 현실을 뼈저리게 반성하고 통일에의 접근을 실천적인 면에서 촉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금년 8·15는 우리가 남북적십자회담을 제의한지 2년, 「7·4공동성명」을 내놓은 지 1년이 지났는데다가, 또 올해 들어서는 6월 23일 한국정부의 평화통일외교정책을 내외에 선언한바 있었으므로 박대통령의 경축사가 평화통일구현에 역점을 두게된 것은 시기에 맞는 조치라 하겠다.
남북한이 두개의 대화「루트」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화의 진전이 지지부진하고, 또 아무런 성과를 남기지 못한 기본원인은 어디 있는 것인가. 우리는 그것이 북한당국자가 먼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부터 하나씩 착실하게 해결하여 기본적인 업적을 쌓아 올리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모든 대화를 일거에 정치적인 통일문제의 차원으로 비약시켜 혼란을 야기해보겠다는 전략전술을 고집하고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화를 통해서 한국사회에 정치적인 혼란을 조성하고 적화통일의 기운을 성숙시킬 수 없음은 대화 2년의 역사가 잘 증명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공산주의자들은 대화를 통해서 적화통일의 분위기를 조성해보겠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버리고 분단대립이 자아내는 긴장과 민족적 고통을 푸는데 이제라도 좀 더 성의를 보여야할 것이다.
북한당국이 유엔 동시초청은 수락하되 유엔 동시가입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음은 지극히 비합리적인 것이다.
그들은 언필칭 남북한의 유엔 동시가입이 분단을 영속화하고, 통한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가까운 시일 안의 정치적 재통일이 무망한 것이고, 평화통일이 5천만 민족의 숙원이라고 하면, 우선 남북한이 함께 국제연합에 들어가 한반도의 긴장을 풀고 평화공존의 기반을 닦아 놓는 것이 평화를 구현키 위한 최선의 방안일 것이다.
그것은 20년에 걸친 남북한 분단대립의 긴장을 풀어 우선은 평화공존하고, 궁극적으로는 평화통일의 기운을 성숙시킬 것이기 때문에 통일로 가는 가장 가까운 길임을 인식해야 한다.
통일을 빙자하여 북한당국이 유엔 동시가입을 반대하고 있음은 그들이 아직도 폭력과 무력에 의한 적화통일의 망상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증거인 것이요, 평화협상의 세계적 조류에 역행하는 것이다.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와 국민들이 남북한의 유엔 동시가입을 지지하고 있는데도 당사자의 하나인 북한만이 유독 완강한 거부를 고집한다면 그들은 더한층 국제적 고립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가지고 국제사회에 진출하는 민족의 권리를 유린하고 평화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시대는 분명히 끝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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