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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다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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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추리소설」이란 전후에 생긴 말이다. 워낙은 「탐정소설」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것은 영국식 표현이고, 미국에선 「미스터리·스토리」라고 한다. 「미스터리」는 불가사의란 뜻이다. 미국 속어로는 「후다닛」(Whodunit)이라고도 한다. 「Who done it」의 약어. 『범인은 누구냐』의 뜻.
경찰의 수사력과 신뢰도를 전통적으로 알아주는 프랑스에선 「로망·폴리세」(Roman Policier)라고도 한다. 「경찰소설」이라는 의미이다. 독일은 직설적으로 「크리미날·로만」, 즉 범죄소설이라고 부른다.
「추리소설」이라는 말은 그 어느 명칭보다도 넓은 무대와 깊은 배경을 갖고 있다. 「에드거·앨런·포」가 창조한 「듀판」이나 「코난·도일」의 「셜록·홈즈」와 같은 명탐정들, 「조루지·심농」의 「메그레」경감은 모두 사라졌다. 추리소설엔 물론 한 개인의 신변적 불가사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개는 국가간의 음모, 또는 정치적 미궁 등이 사건의 배경으로 설정되어 있다.
또 추리력도 무한하다. 그것은 무대가 넓고 깊은 만큼 많은 의문과 추리를 갖게 한다. 한편 현대과학의 기묘한 「테크닉」까지 동원되어 추리의 다채·다양함은 감히 우리의 상상을 절한다. 「007」수법이라는 말은 그런 것을 두고 하는 얘기다.
「추리소설」또는 「추리영화」가 대중의 인기를 모을 수 있는 상황은 무엇일까? 우선 그 주제에 대한 사회적 공통 심리이다. 이른바 냉전시대에, 사람들은 『미·소의 간첩전 내막은 과장할 것』이라는 공통된 심리를 갖고 있었다. 그것이 「007」영화의 「시리즈」를 내게 했다. 사회적 긴장도 「추리」에 대한 관심을 부풀게 한다. 그런 영화를 보고 나면 공포감·긴장감 따위가 다소 해소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사람들이 「냉전」의 음산한 전율 속에 살면서 「007」영화를 보며 어떤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의사소통의 부족 또는 불명확성도 중요한 작용을 한다. 「추리」의 발상도 말하자면 이런 상황 속에서 가능하다.
차라리 한 시민의 처지로는 명탐정이 사건을 명쾌하게 처리하는 고전적인 세계에 사는 것이며 행복할 것 같다. 그것은 단조로운 소설의 재미로서도 그렇고, 인간의 생존상황이 인간의 통제 안에 있다는 안도감에서도 그렇다. 추리시대의 비 인문적인 상황은 재미를 발견하기 전에 으스스하고 구토가 날 것 같은 기분을 갖게 된다.
가령 미국의 「워터게이트」사건만 해도 그렇다. 닉슨 대통령 자신은 차라리 그것을 미궁으로 덮어두자는 쪽인 것 같다. 수수께끼만 있고 그 해답이 없는 추리소설적인 사고이다.
냉전 아닌 「화해」를 「모토」로 하는 시대에 추리가 온 누리에서 더욱 횡행하는 것은 새시대의 「캐릭터」(성격)이라고나 할까. 실은 별로 재미없는 소설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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