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74년도 대입예비고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종전에 비해 크게 달라진 74년도 대학입학예비고사의 시행요강이 발표되었다.
내년도 예비고사시행 요강은 예·체능계 지원자도 예비고사에 합격해야한다는 점, 2개의 시·도에 계열별로 복수 지원할 수 있다는 점, 예비고사성적에 체력검사성적이 포함된다는 것 등이 근본적으로 달라진 점이다. 예·체능계 지원자들의 예비고사 문제는 현재와 같이 미술대학·음악대학·체육대학 등이 종합대학의 구실을 갖추기 위해서 다른 인문·사회·자연과학계 단과대학과 더불어 하나의 대학교 테두리 안에 편입돼 있는 이상 예·체능계 지원 학생들에게만 예비고사를 면제케 한다는 것은 분명 명분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내년부터 예·체능계 지원자들에게도 예비고시합격을 요구하게 되었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명분론을 넘어서 예·체능계 교육의 특수성을 생각한다면 이번의 개정안이 곧 우리 나라 예·체능계 교육의 진흥을 돕는 길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본 난을 통해서 누차 주장하여 온바와 같이 이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은 미대·음대 등을 종합대학 밖으로 분리·독립시키는 길밖에 없다고 우리는 보고 있다.
체력검사 성적을 예비고사성적에 포함시켜야 되느냐하는 문제에 대해선 끈질긴 반대의 의견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하기로 결정이 났다. 그 결과 예비고사 성적을 대학별 입학생 전형에 반영키로 함으로써 대학에 따라서는 체력검사 성적이 좋은 지원자들은 이중의 이득을 보고, 그 반대의 경우엔 이중의 손해를 보게된다.
이러한 폐단을 피하기 위해선 예비고사 성적을 입학생 전형에 반영하기로 한 대학들에서는 따로 체력검사 성적을 매기지 말든지, 그렇잖으면 예비고사 성적중의 체력검사 성적만을 그대로 적용하든지 해야 할 것이다. 체력검사의 최고점 20점과 기본점 10점과의 차는 10점밖에 안 된다고 할지 모르나 시험성적에선 단 1점으로도 합격·불합격의 갈림길이 나눠지는 법이다.
한편 종전까지 필수이던 영어대신에 외국어 과목을 새로 두어 영·불·독·중·서어의 5개 외국어 중에서 하나를 선택토록 한 것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게다가 들리는 말로는 75학년쯤부터는 일어도 외국어의 하나로 추가될 전망이라 하니 그게 사실이라 한다면 더욱 납득이 되지 않는다. 범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통용되고 있고, 거의 모든 분야의 학술정보를 가장 많이 담고 있는 영어의 학습과 교육이 이로 해서 자칫하면 소홀히 되지 않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뿐더러 5, 6개의 상이한 외국어를 반드시 동일하다고 만은 할 수 없는 수준에서 출제, 그 결과를 채점해 놓고 같은 외국어 성적으로 평가할 경우엔 적지 않은 혼란이 있을 것이 예상된다.
대학별 전형에서 독·불·중어를 제2외국어로 시험 칠 경우에도 이미 고르지 못한 결과가 나타난 전례가 있음을 우리는 다 경험한바가 아닌가.
전반적으로 이번에 발표된 예비고사 시행요강을 보면 그 출제며, 시험감독이며 채점전형 등이 훨씬 까다로워지고 많은 낙방생이 생길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 주요대학에서 예비고사성적 무시의 경향이 늘어가고 있는 판국에 예비고사에 그처럼 많은 시간과 인력과 자원을 동원할 필요가 있는 것인가 하는 기본적인 문제점이 남게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