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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법 공공 건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서울시가 시행한 73년도 제1차 항공 사진 판매 결과 공공 기관의 위법 건축물이 서울서만 7백45동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무허가 건물이나 면적 초과 건물 중에는 위법 건축물을 단속할 책임을 지고 있는 시청 산하 동사무소 등의 위법 건물이 1백31개소나 되며, 시경 산하의 경찰서 건물 등도 53개소나 되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이 밖에도 법무부 산하, 내무부 산하, 국방부 산하 등 소위 권력 기관의 위법 건물이 다수 있다는 사실을 특별히 눈에 거슬린다.
대통령 자신이 누차 위법 건축물에 대한 강력 단속을 지시하고 최근에도 다시 녹지대 보호에 관하여 특명까지 내린바 있는데 솔선 수범해야 할 국가 기관들이 무허가 건물과 위법 건물들을 짓고 있다. 공공 기관이 건축물을 지을 때에는 건축법 제8조에 따라 『미리 관할시장·군수와 협의하거나 승인을 받아야』함에도 불구하고 국가 또는 지방 자치 단체가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은 위법 행위라고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공공 건물의 건축에 반드시 시장·군수의 허가나 협의를 거치도록 한 이유는 건축물의 대지·구조·설비의 기준 및 용도를 사전에 협의 내지 검토함으로 써 위험을 미리 예방하고 공공의 복리를 대진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도 학교 체육관·기숙사 등 특수 건축물의 건축까지 마음대로 하고 있다는 사실은 보건 위생상으로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시나 군은 반 국민이 무허가 건물이나 위법 건물을 짓고 있는 경우에는 철거반 등을 보내서 강제 철거하고 있다. 심지어 이를 빙자, 철거 대상 건물도 아닌 건축물을 가지고 돈을 갈취한 일 조차 있을 정도가 아닌가. 그런데도 국가나 지방 자치 단체의 건물이나 서울시 산하에 있는 동사무소 등이 스스로 무허가 건물을 짓고 있어 속수 무책이라고 한다.
이처럼 정부 또는 시청 산하의 무허가 건축이 성행하는 판에 말단 단속반원들의 사기가 올라갈 수는 없다.
이래서 말단 단속반원이나 허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들은 주택 건축 업자들에게서 약간의 뇌물을 받고는 무허가 건물을 소급하여 허가해 주고 있으며, 또 위법 건축물에 대해서도 준공 검사를 해 주고 있는 실정이다.
또 이런 낌새를 이용, 일부 주택 건축 업자들도 이들 건축 허가 직원들과 결탁하여 위법건물을 짓는데 혈안이 되고 있다. 신 건축법이 건폐율에 관한 규정을 어느 정도 완화한 것을 틈타 40% 이상의 정원을 확보하지 않고 대지 면적에 꽉 차는 주택을 건축하여 비싸게 팔아 폭리를 취하는 일도 다반사화 하고 있다. 이리하여 도시서는 녹지가 없어지고 공기가 오염되어 도시민의 건강을 헤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강력한 단속이 요망되는 데에도 시청이나 시경이 단속은커녕 솔선하여 위법건물을 짓고 있는 것이다.
건설부는 이러한 무허가 위법 건축물의 소관이 시장·군수에게 있다고 발뺌을 하지 말고 국무회의에 상정해서라도 공공기관의 무허가 위법 건축을 철저히 금지하도록 의결하여야 할 것이다.
무슨 일이든 국가나 지방 자치 단체가 솔선수범 하여야 국민의 기강이 바로 잡힐 것인데 정부 산하 기관들이 위법 건물을 짓고 있다고 하여서는 말이 되는가. 국민들의 건축법 준수를 독려하기 위하여서라도 정부는 국가나 지방 자치 단체 산하의 공공 건물의 위법성을 조속히 시정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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