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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도서관을 통해 본 의원들의 관심 사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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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넉 달간 백66건 질의|야 의원이 6할 차지>
「도서관」이라고 하면 장서를 관리하면서 열람·대출이나 하는 곳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국회 도서관은 책을 보여주고 빌려주는 일보다는 의원들의 「참고 질의」 처리와 입법 자료 출판 업무가 더 많다.
의원 비서관이 없어져서인지 국회 도서관의 참고 질의 제도를 이용하는 의원이 많아졌다.
지난해 총 2백28건의 참고 질의가 있었던 것에 비해 올해는 지난 3월 개원 후 현재까지 4개월간만해도 1백66건의 질의가 있었다.
참고 질의는 야당 의원이 6할 정도를 차지. 내용별로는 재무·외무·상공·보사의 순이다.
질의는 서면·구두·전화 어느 것으로나 쉽게 신청할 수 있어 이 제도를 이용해 본 의원은 시사성 있는 문제를 자주 물어온다.
특히 요새는 「의원 외교」 준비를 의한 질의가 많다.
곧 방미하는 김진만 부의장은 △「닉슨·독트린」의 개요 △미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한 정책 (군원 중심) △「풀브라이트」「맨스필드」 상원 의원의 정치 노선과 사상적 배경 등을 물었다.
출국을 앞두고 행선지 도시의 개황에 관한 질문이 있는가 하면 영문 이력서 작성까지 있다.
그러나 16명의 담당관은 수당도 적은데다가 (월 5천원) 의원의 질의 내용이 막연·광범하여 회답에 고충이 많다는 김순영 입법 조사 국장의 얘기.
8대 국회 때 김재광 의원의 국토 건설에 관한 질의에 대해 원고지 1천2백장의 회답이 있었던 예가 있다.
6일 접수된 『각국 대통령 건강 관리를 위한 제도나 기구를 조사해달라』는 정재호 의원의 요청처럼 각국 법령집을 뒤지고 대사관을 돌아도 쉽사리 회답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얼마 전엔 주「워싱턴」 공보 관장이던 이재현씨의 외지 회견 내용 전문을 묻는 질문 (김경인 의원)이 있었는가 하면 작년 10·17 선언이 있기 넉 달 전에는 법무장관이 「비상 대권에 관한 외국의 입법 예」를 묻기도 했다.
어떤 경우에는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의원 비서관이 자신의 논문을 위해 의원 이름으로 질의할 경우고 있고.
국회도서관은 63년이래 회답해준 참고질의 l천9백 건의 목록을 이달 안에 발간할 예정이다.

<장서 30만, 국내 5위|마이크로 필름화 작업>
국회 도서관의 장서는 약 30만권 (일반 도서 16만2천 책, 정기 간행물 4천5백 종)으로 우리 나라에선 5위의 도서관 (서울대, 국립중앙, 연대, 고대 도서관 순). 일반인의 이용까지 합쳐 장서의 약 16%가 활용되고 있다.
국회 도서관 법은 국가 기관이나 공공 단체가 입법 활동 등에 필요한 도서·자료를 발간하면 30일 이내에 국회 도서관에 보내고, 일 반도서는 2부씩 납본케 하는 대신 정가의 51%를 보상토록 규정하고 있다.
출판사와 저작자의 비협조로 전 출판물이 납본 되지는 않으나 장서 확충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또 다른 장서 확장 방법은 국제 교환.
41개 교환 상대국의 2백20개 기관과 지난해만도 약 1만6천권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서고가 비좁아 많은 양서가 지하실 임시 서가에 쌓여 있다.
귀중한 자료의 영구 보존과 아울러 서고란 해소를 위해 「마이크로필름」화가 진행되고 있다.
제헌 국회 이후의 속기록이 전부 「필름」화 돼 있어 의원들의 요구에 따라 복사 제공되고 있다.
국회 도서관은 이 같은 수서·장서 업무 이외에도 정보를 체계화 해 의원 입법 활동을 뒷받침할 간행 사업도 벌이고 있다.
정기 간행물로는 △도서관보 (월간) △신착 자료 속보 (구간) △정기 간행물 기사 색인 (계간) △입법 자료를 수록한 입법 조사 월보 △외국 의회제도 등을 번역한 입법 참고 자료 △참고 질의 회답 내용을 발췌한 참고 도서 등.
그밖에 서지로서 장서 목록 한국 논문 총 목록 석·박사 학위 논문 총 목록 학술 단체 간행물 목록 등을 펴낸다.
이들 간행물들은 발행되는대로 의원들에게 배포된다. 그러나 최근까지는 의원들 손에 제대로 들어가지를 않았다고 한다. 본회의장 책상 위에 한 보따리씩 돌린 책들이 약 3분의2가 책상 위에 그대로 버려져 의원 서신 함에 투입하는 방법을 택했더니 비서관들의 집으로 흘러 들어가 버린 예가 많았다. 최근에는 등기로 우송하고 있으나 활용 여부는 어떨지 모르겠다는 관계자들의 말이다.

<카피트·에어컨 달고|이용 의원 끌기 작전>
『의원 열람실은 청소가 거의 필요 없다』-. 국회 도서관의 한 청소부 말이다. 도서관을 찾는 의원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의원의 입법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있는 이 도서관의 직원이 1백85명이다. 운영비가 올해만 2억3천만원.
그러나 이곳을 찾는 의원은 최근 하루 평균 5명 이내. 그것도 연 이용자 수이고 보면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다.
수년간의 의원 생활 중 문턱에도 안 들어서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최근 도서관 당국은 「유도책」을 강구했다. 종래 9석이던 의원 열람석을 41석으로 늘렸다. 「카피트」를 깔고 「에어컨」을 달았다. 휴게실도 만들고. 김종호 도서관장은 앞으로 적극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필요하다면 음료도 제공하고.
지난 3주일 동안에는 92명이 출입했고 98권의 책이 대출됐다.
그중 유정회 의원이 42명으로 가장 많고 공화당 17명, 신민당 24명, 무소속 9명.
지난 한햇 동안에는 총 7백18명이 열람실을 이용, 하루 2명 꼴에 불과했다.
9대 국회에 들어와 책 많이 보는 의원은 유정회의 고재필 이진의 황창주 장준한, 공화당의 김봉환 양찬우 장승태, 신민당의 채문식 김수한 박영록 김창환 의원 등.
읽는 책은 역시 사회 과학 부문이 제일 많다.

<한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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