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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제국의 긴축정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제통화불안과 「인플레」의 누적이라는 고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세계경제는 이제 긴축정책의 강력한 집행으로 상태를 수습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작년 10월부터 주요선진국들은 「인플레」대책의 하나로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던 것이나 통화조정·주요원자재 투기·식량부족 현상 등 요인 때문에 오히려 물가는 치솟기만 했었다. 이에 따라 물가의 상승과 임금투쟁이라는 악순환이 계속됨으로써 사태는 더욱 악화되어 결국 미국에서는 또 다른 물가통제 조치를 가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과정에서 「달러」불안은 가속화하였고 금값은 이례적으로 계속 상승하기에 이르렀으며 서독은 「마르크」화의 5.5% 절상을 불가피하게 단행하기에 이르렀다.
또 일본도 이러한 사태에 대응하여 재할율을 5.5%에서 6%로 인상하는 한편 재정금융을 초긴축키로 하였으며 미국도 과거 수년내의 최고기록인 7%로 재할율을 인상, 7월2일부터 적용키로 했다.
주요 선진국이 이처럼 강력한 물가억제 정책을 집행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다름 아니라 새로운 통화불안을 자극함으로써 세계무역 질서의 근본적인 교란을 유발시키는 위험 때문이라 할 것이다. 「인플레」누적이 통화질서 및 무역질서를 교란시킴으로써 세계경제상의 파동을 일으켜 축소균형 과정을 일으키는 것은 서로 손해를 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태를 이렇게 평가할 때 세계경제는 당분간 긴축기조를 지속하게 될 것이며, 따라서 세계무역의 신장율도 그만큼 저조하게 될 것도 예측키 어렵지 않다. 세계경제의 추이가 근본적인 긴축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면 우리는 새로운 정세를 시급히 파악하여 정책기조를 조정해야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국제적인 「인플레」가 진행되기는 하나 국제무역질서는 교란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수출 「드라이브」를 기조로 한 고율성장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정책 전제에 이상이 있는 것이라면 문제는 결코 가벼이 넘길 수 없게 된다.
세계적인 「인플레」에 강력한 「브레이크」가 걸리고, 그럼으로써 주요선진국의 성장율이 떨어지게 되면 당연히 무역거래 규모도 신장율 면에서 저조하게 된다. 이러한 여건하에서 우리만이 고율의 수출증가를 지속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또 비록 우리의 수출신장율이 크게 위축되지 않는다고 가정하더라도 그를 뒷받침할 외자의 도입조건은 새로운 고금리 경향 때문에 악화될 수밖에 없어 고금리시대에 고율의 외자를 도입하는 것은 합리적이 아니라는 문젯점에 봉착하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우리가 국제경제상의 변동에 신속히 대처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무역의존도로 보아 막심한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음을 깊이 배려해야 한다.
원래 무역의존도가 낮은 경제는 국제경제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국내정책을 집행해도 지장이 없는 것이지만 우리처럼 그것이 높은 경제에서는 국내 정책의 독자적 재경범위가 크게 줄어든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하겠다는 것이다. 국제경제여건의 변화를 깊이 평가하여 정책추진상의 차질을 일으키는 모험을 회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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