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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독인이 본 북한(1)교육-사민당 JUSO회원의 공산국 순방보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서독지성인들의 잡지 「쿠르스부흐」 최근호는 소련을 포함한 5개 공산국가의 실태를 특집으로 엮어냈다. 집권당인 사민당의 청년조직(JUSO)에 속하는 젊은 지성인들이 72년 이들 5개국을 순방하고 내놓은, 보고문으로 엮어진 이 글의 내용은 이들 국가가 사회주의 국가이기보다는 전체주의적 관료조직의 집합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중 북한을 방문한 「흐르스므·쿠르니츠키」의 글 중 북한의 교육·산업제도·남녀문제 및 정치 등을 간추려 연재한다. <편집자주>
북한의 인민교육, 특히 청소년에 대한 교육은 가장 중요한 국가적 과업으로 되고 있다. 따라서 탁아소·어린이 놀이터·유치원에서 대학시설에 이르기까지 교육시설은 비교적 충분한 설비를 갖추고 있다.
어느 마을에서나 학교는 가장 훌륭한 건물을 차지하고 있다.

<어린이에 경쟁심 충동>
어린이들은 생후 72일, 빠르면 44일이지나 마을이나 공장탁아소에 맡겨져 교육된다.
6개월의 유아 때부터 교육이라기보다는 훈련이 시작된다 .즉 대소변의 경우 반드시 변기 위에 앉힌다. 9개월부터는 아기가 대소변에 대한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한다. 2년이 되면 아기들은 혼자서 변소에 갈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을 자세히 밝히는 이유는 유아에 대한 훈련이 교육목표로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아기들은 1년3개월이 지나면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데 엄마·아버지라는 단순한 말을 익히고 나면 1년6개월 뒤부터 곧바로 『김일성 수령님 고맙습니다』라는 복잡한 말을 배운다. 이 짤막한 문장은 일반교육목표의 바탕으로 되고있다.
교육방법은 훈련과 아울러 특히 능률향상에 대한 충동을 주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즉 아주 어려서부터 경쟁 심리를 북돋워 준다. 벌을 주는 일은 없지만 칭찬은 능률향상의 충동을 주는데 가장 적절한 수단이 된다.
훈련된 대로 행동하고 뛰어난 능력을 보인 어린이는 나중에 공장에서 작업능률이 우수한 개인을 벽 신문에 칭찬하듯이 커다란 성적 게시만에 별을 그려 표시한다.
또 어른에 대한 공손함도 강조되는데 이는 성인이 됐을 경우 상급자에 대한 복종심을 몸에 배도록 하여 위계질서를 안정시키는 요소가 된다.
4샅 때부터 어린이들은 간단한 문장으로 된 김일성 전기를 되풀이하여 익힌다. 신화의 각 단계를 설명한 그림과 김일성의 생가모형이 교재로 사용된다. 이 단계에서 어린이들의 탁아소교육은 끝난다.

<앵무새도 "만수무강">
5살 때부터 유치원교육은 미국에 대한 증오심을 기르고 반미연극을 가르치는데 있다.
어느 정도 훈련된 대로 행동할 수 있는 6살이 되면 『누가 우리에게 옷과 먹을 것을 주셨나?』라는 노래와 무용을 가르친다. 아울러 금일성의 영웅담을 암기시킨다.
암기교육은 대학에 이르기까지 북한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는데 김일성의 연설을 한마디 빼지 않고 줄줄 외는 어린이는 우수한 어린이로 칭찬 받는다.
암기교육은 교재를 이해시켜 이를 정복하는 교육과는 달리 교재에 의한 지배, 더 나아가서는 권력질서에 대한 맹종의 습성을 키워준다. 8살까지 문자교육은 없이 김일성 전기를 귀절귀절 외우는 교육만이 계속된다.
8살이 되면 9년제 학교에 입학과 동시에 소년단에 가입한다. 이 과정에서는 학과 외에 노래·무용·연극과 아울러 「스포츠」·사격·통신교육에 따른 군사훈련이 시작된다.
대동강변의 공원이나 광장에서는 놀 소년단원들이 김일성에 대한 「만수무강」을 합창하는데 이 말은 고대간 「아시아」에서 절대군주에 대한 존경과 맹종의 의사표시였다. 만수무강이란 바로 절대적 통치를 뜻하는 말이다. 평양동물원에서 앵무새조차 지배자에 대한 만수무강을 카랑카랑 조잘거리는 소리를 듣고 놀라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17살이 되어 9년제 학교를 졸업하게되면 국가의 경제계획과 당사자의 소질에 마라 공장·농장에 배치되거나 전문기술교육을 받는다. 여기서 일정한 자격을 받으면 공업대학이나 대학에 진학하게 되는데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진학하는 수도 있다.
최대의 김일성 대학은 1948년 북한전역에서 공출한 쌀로 건립되었는데 현재 교원은 2천명에 이르고 있다.

<주민들 국제정세 몰라>
지금까지 2만명이 졸업. 현재는 4만명이 재학하고 있다. 대학도서관은 2백만권의 장기에 열람석은 2천석이 된다고 한다.
학생들은 24살이 되면 대개 학업을 마치고 27살까지 군에 머무른다.
대학에서의 학업은 금일성사상과 「스포츠」에 집중된다. 이 분야의 성격이 나쁘면 제대로 공부했다는 인정을 받지 못한다. 학문 연구는 원칙적으로 교재의 암기에 그친다.
「유럽」의 철학을 대상으로 할 경우「주체」사상의 방법에 따라 다루어진다. 유물사관도 북한에서는 다루어지지 않는 학문이다.
자연과학과 공학 부의 유일한 과제는 생산성의 향상에 있다. 학생들은 생산현장에서 실제적인 노동이 아닌 견학만을 통해 「실습」한다. 이는 학생이 노동자로서 교육되는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청소년의 교육과 아울러 물론 전 인민에 대한 교육도 소홀히 할수는 없다. 따라서 평양의 주택가에는 「라우드·스피커」가 설치돼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노동당소식과 김일성 찬가가 흘러나온다. 「라디오」나 TV방송도 중요한 교육기능을 가지고 「뉴스」시간에는 김일성과 외국과의 「메시기」교환이 제일 먼저 나오고 다음 생산관계에서의 계의 달성에 관한 보드가 다루어진다.
국제정세에 관해 북한주민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그저 반소투쟁의식만 가지면 충분하다는게 이들의 교육 목표일 뿐더러 북한에서는 한국방송이나 외국으로부터의 방송을 듣는 사람도 없다는 주장이고 보면 우물안 개구리라는 한국속담을 연상시킨다.
또 하나의 주요한 교육목차로는 모든 사회구성원이 조직에 가입하여 그 안에서 생활하는 것이다. 이 조직에서는 비판과 자아비만을 배우게 되는데 이는 구성원 모두가 서로서로 감시. 통제하는 것을 뜻한다.
모두가 공산주의 도덕률, 즉 열심히 일하고 작업량을 완수하며 지배자에게 감사한다는 원칙에 따라 생활하도록 지도함으로써 북한전역은 지배자의 의사를 교육시키는 거대한 학교라고 할 수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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