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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학원도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나라의 과학기술의 수준은 미래에 있어선 더욱 정치·경제·문화의 전 영역에 핵심적인 요소가 왼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특히 경제분야에서는 기술의 수준이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데 있어 기본적인 중요성을 갖는다. 대외무역에 있어 과학력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은 바로 군사분쟁에 있어 무기의 질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것과 같다.
정부는 이번에 대전 서북쪽에 충무시 보다는 크고 목포시보다는 조금 작은 7백만평 규모의 「연구학원도시」를 건실할 계획을 발표하였다.
과학기술처가 마련한 계획안을 보면 회덕 「인터체인지」에서 호남고속도로연변을 따라 건설될 이 새 도시에는 선박·용물·정밀기계·해양개발 등 5개의 산업연구기관이 들어서는 한편, 충남대학도 여기에 이전할 것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특수목적을 가지고 인위적으로 건설될 연구학원도시는 그것이 비단 도시건설에 있어서의 새로운 실험의 효시일 뿐 아니라 과학기술진흥정책에 있어서도 획기적인 의의를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선진제국에 대한 기술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기 쉬운 개발도상국가에 있어 이 같은 격차를 좁히기 위해 연구개발에 특별히 과감한 투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특히 한국처럼 두뇌자원이 가장 큰, 그리고 거의 유일한 천부의 대원이라 할 수 있는 나라에서는 앞으로의 기술혁신에 대비할 저력배양을 위해서 연구개발에 주력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더욱 긴요한 정책과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호응해서 탄생한 60년대의 소산이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일연의 「두뇌탱크」라 한다면 이번에 발표된 연구학원도시계획은 그 같은 60년대의 성과에 힘입어 그를 보다 대규모화한 것이라고 이해된다.
그러나 이 같은 연구개발의 대규모화는 필연적으로 그에 투입되는 자금이나 인원도 증대될 것임에 비추어 연구투자의 낭비의 위험도 커진다고 볼 수 있다. 제한된 가용자원을 가지고 이 같이 대대적인 연구학원도시를 건실하기로 결정한 이상엔 마땅히 그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계획 단계에 있어 세밀하고 광범위한 조사·연구·자문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연구의 능률을 높이기 위해선 각 연구기관 간의 공동연구체제와 시설의 공동이용체제를 수립해야할 것이다.
지방으로 이어져 나간다 해서 하나의 폐쇄적인 독점체제가 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기존 연구단체와의 제휴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얘기이다. 그것이 또한 연구투자의 경제효과를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뿐더러 연구의 능률화를 위해서는 불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중도에 중지하거나 변경할 수 있는 연구체제, 말하자면 변화를 흡수할 수 있는 유연하고 유동적인 「피드백」을 가진 연구체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피드백」을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연구평가」를 위한 효과적인 「시스템」을 마련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무로부터 탄생하는 새 도시에 제 일급의 두뇌를 모으기 위해서는 과업의 중요성과 인재의 희소성에 비춰 응분의 대우를 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 서울을 버리고 「낙향」을 서슴지 않을 만큼 새 연구학원도시가 매력있는 것이 되기 위해서는 거기에 충분한 유인동기가 부여 돼야할 것임은 너무나 당연하다. 연구학원도시의 탄생을 궁금한 기대로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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