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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유적의 보존원칙-문화재보호협 「세미나」 김철준 교수<서울대문리대>의 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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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문화재보호」운동이 갖는 의미는 어떤 것이어야 할 것인가? 「국민운동」이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로 본격화되는 감은 있으나, 사실상 구호에 그치거나 또는 문화재자체를 그르치는 사례는 없는가? 참으로 바람직한 문화재보호운동은 과연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새삼 논의되고 있다. 서울대 문리대 김철준 교수는 21일 문화재보호협회가 베푼 「세미나」 에서 국민적 교양의 확립과 아울러 문화재보존당국의 기본적인 몇 가지 시정본점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제까지 실시한 문화재의 보호수리에 있어 원형의 변개와 부분적인 추가시설의 사레가 있다고 주장, 『그러한 보수는 그 문화재가 갖는 조화성을 손상시키고 그 역사성을 망각시켜 유물·유적 보존에 손실을 입히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근년에 부쩍 전국 각지에서 벌이는 갖가지 발굴에 대하여 『도굴과 파괴의 위험이 없는 한 유물·유적의 발굴조사를 가능한 한 피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현재 우리 나라에선 고고학적 발굴을 할 수 있는 관계학자가 5명 정도 밖에 없다고 못을 박았다.
즉 발굴허가당국이 신중을 기해야 함은 물론 발굴에 임하는 관계인사들에게도 반성을 촉구하는 말이다. 따라서 김 교수는 일단 발굴과 조사가 실시된 것은 반드시 학술적, 가치가 있는 보고서를 내놓아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문화재보호구역이 날로 축소되거나 환경이 악화되는 사례가 적지 않음을 지적한 김 교수는 현대보존의 원칙과 환경정리의 노력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오늘의 문화재보호운동이 단민의 문화적 자각운동과 연결될 수 있게 하기 위한 몇 가지 방책을 제시했다.
ⓛ현재의 문화재관리국내 문화재연구실을 문화재연구원으로 발전시켜 박물관과 병립시킴으로써 관계학문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
②각 도청소재지에는 국립박물관의 분관을 설치하여 지방문화재 운동의 중심기관이 되게 하여야한다.
③문화재의 연구·조사·보존을 맡을 새로운 학자의 양성이 시급하며 문화재관리국장은 그 임무를 담당할 수 있는 교육과 경험을 가져 특수요원으로 확보되어야 한다.
따라서 김 교수는 이제까지의 문화운동이 혼란을 빚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즉 해방 후 모든 문화관계운동이 광범한 민족문화운동의 성격을 띠지 못하고 무경험·무정향·행사위주·문화철학빈곤·임시 변통적인 광고문화의 영역에 빠져있었다. 그리고 아직도 식민지 문화체질이 민족문학운동의 방향설정을 방해하고 있으며 우리 전통문화를 인식할만한 충분한 학적기반이 성립되지 못했고 그로 말미암아 국사학조차역사과학으로 성립할 학문적 기반이 이뤄지지 못했다.
또 우리의 고고학·미술사학의 수준이 해방 전 일인학자의 수준을 넘지 못하고 문화재의 발굴·조사·수리·보호 등의 학문적 연구수준의 한계성이 노출되고 있으며 문화관계 행정 능력이 문화육성에 한계성을 갖고 있음을 인식하지 못한 까닭에 한국의 문화운동은 제자리걸음을 할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함들을 곧바로 반성·시정하는 정신적 자세가 참다운 주체정신이기 때문에 현대적 주체정신과 과거의 문화전통을 연결할 수 있는 전 국민적인 문화생리·문화적 자각운동이 문화재보호운동과 관련돼야겠다는 것이다.
그런 때문에 문화재보호운동은 『과거 선인들의 소박하고 순수한 신앙생활의 표징들이 미신타파라는 구호아래 무차별 파괴 또는 철거되는 사례는 바로 문화재에 대한 인식부족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이날의 또 다른 주제발표자인 양재연 교수(중앙대)는 설명했다.
서낭당을 보호한다는 것은 서낭당에 얽힌 신앙을 권장한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서낭당을 보호한다는 것은 과거의 문화적 자취를 보호하는 문화민족의 긍지로서 인정돼야겠다는 것이다.
우리 전통문화의 전승은 이같이 국민의 자각과 국가적 지원, 그리고 기능보유자 자신의 노력이 아울러 경주돼야만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유형·무형의·문화재에 대한 보호가 민족문화운동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면 더 나아가 자연군집의 보호와 그 재생은 오늘날 인류의 공통과제. 이점 천연기념물분과 문화재위원 박만규 교수(고려대)는 세계가 도시화·공업화함에 따라 생물군집의 보존운동이 커다란 문제로 제기됐으며 국토관리계획·도시계획에도 생태학자가 마땅히 참여되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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