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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지진공포-공전의 인기 공상소설 「일본침몰」에 휩쓸린 일인들의 큰 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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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본정부는 「이즈」(이두)의 「아마기」(천성) 산이 큰 폭발을 일으킨 것을 계기로 일본열도가 곧 침몰하게 됐다는 전문가의 보고를 바탕으로 「DSI」계획을 수립, 극비리에 조사에 착수하는 한편 일본정부기구와 국민들의 해외피난계획을 마련했다.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지금 일본에서 폭발적으로 팔리고 있는 공상과학소실 『일본침몰』의 한 구절이다.
그러나 실제로 최근 일본에서는 소설보다도 진기한 일련의 웃지 못할 소동들이 벌어져 일본사회가 온통 떠들썩하다.
지난 6월6일 한낮 수도「도오꾜」에 인접한 「지바」(천섭) 현의 한 국민학교에서 교내방송을 듣고 있던 교직원들은 아연시색 했다.
아동들이 맡아하는 교내방송은 절박한 목소리로 이렇게 「뉴스」를 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교선 루머방송도>
『…되풀이합니다. 6월11일 하오11시15분에 대지진이 일어난다고 예언한 사람이 나타났다는 소식입니다….』 물론 이것은 사실(?)보도. 5월 들어서부터 이 지역일대에 번지기 시작한 유언비어가 꼬마 「방송기자」로 하여금 엉뚱한 기사를 쓰게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는 지난5월부터 줄곧 지진 소문 때문에 소동이 벌어져왔다.
근처 빵 가게에서 비상식량으로 「비스킷」을 한 「트렁크」나 사들인 주부가 있는가 하면 이곳저곳의 식료품 점에서는 몰러든 주부들로 한때 절품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소동은 이 지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수도 「도오꾜」를 비롯, 지진의 우려가 있는 지역주민들은 한결같이 다가올지도 모를 지진에 대한 불안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철근 방재호 만들기도>
이 때문에 뜰에다 철근 「콘크리트」로 철근 호를 만든 가정이 있는가 하면 들것·공기호흡기·군용 삼각건 등의 비상용 의료기구를 마련하고 중요 서류를 「마이크로필름」에 담아 지방도시에 소개하는 한편 사장특명으로 지진이 났을 때 고가도로에서 피 난할 수 있게 회사자동차는 「로프」를 휴대케 한 기업도 있다.
각지의 국민학교에서는 아동들에게 2차 대전 때 낯익은 방공모를 만들어 오게 해서는 수업도중에 책상 밑으로 피신시키는 훈련을 거듭하고있다.
뿐만 아니라 웬만한 가정에서는 「미니럴·워터」(자연광천수)·건빵·양초·성냥·구급약품 등이 든 구급 대를 마련하고 숯·곤로와 통조림식품 등을 비축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소동에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올해 들어 「아사마」(천간) 산이 대 폭발을 일으켰고 일본열도 남해의 바다에서 해저화산이 폭발하는가하면 지난 17일에는 북해도 동단에 큰 지진이 일어나 도로가 갈라지고 수도·「개스·파이프」가 끊긴데다 단전이 되고 해안지대에는 해일이 밀어닥쳐 상당한 피해를 보았다.

<미학자도 대지진예고>
뿐만 아니라 지구자원기술인공위성 「아트」가 촬영한 사진에서 관동평야를 횡단하는 대 활단 층이 발견됐으며 미 「콜롬비아」대학 지질조사 소의 「숄츠」박사는 『수년 안에 일본의 관동지역에 강도 7을 넘는 대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으며 일본학자들도 잇달아 지진의 위험성울 밝히고 있다.
이러한 일연의 예측들이 경고하는 대지진의 가능성은 그 나름의 충분한 근거가 있다. 지상은 지각아래 쌓이는 「에너지」가 한도를 넘어 폭발했을 때 일어난다. 이것이 이른바 주기설.

<동경은 백만 희생예상>
그런데 일본은 관동 대지진이 일어난 지 50년, 서서히 「에너지」가 폭발직전의 한도에 육박하고 있다는 점이 강조되는 한편 「아트」위성이 찾아낸 활단층은 태평양 해저에서 일본열도에 가해지고 있는 지각이동의 암벽이 폭발, 표면화하는 지진대가 될 우려가 크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지진의 강도는 진도로 표시, 진도1이 미진, 2=경진, 3=약진, 4=중진, 5=강진, 6=열진, 7=격진 인데 관동 대지진은 진도7·9. 따라서 진도 7이상이면 산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며 목조가옥의 3할 이상이 쓰러지는 대지변이 된다.
특히 지진의 피해는 화재 등의 간접피해가 더 치명적인데 관동 대지진 때의「도오꾜」사망자만 약10만명. 따라서 당시에 비해 인구가 격증했으며 고도·지하건축물이 밀집해 있고「개스·파이프」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데다 「개설린」 등의 슬한 인화질 물을 안고있는 지금의 「도오꾜」는 흡사 화약고여서 비슷한 해도의 지진이면 사망자는 1백만명에 달하리라는 추산까지 나와있다.
당당한 「베스트·셀러」로서 이미 l백여 만 부가 팔린 공상과학소설 『일본침몰』의 폭발적 인기는 바로 이러한 일련의 불안한 현상과 예고들 때문이며 소설의 내용자체가 다시 일본국민들의 불안감을 부채질하고도 있는 느낌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본 기상청은 올해의 기상예보에서 냉해를 경고하고 있는데 실제로도 올해는 묘하게 태풍이 아직 한번도 불어오지 않고 매우로 불리는 6월 장마도 예년과는 달리 비가 덜한데다 기온도 낮다.

<큰 뱀 나타나 흉조라고>
또 동경 한 복판 「긴자」(은좌)에 잇달아 큰 뱀이 나타나고 「시고꾸」(사국)의 산중에서는 길이10m, 직경30㎝의 큰 뱀을 본 사람이 나타났으며 「도오꼬」의 주택가에서 까마귀가 어린애들에게 달려들어 머리를 찍는가하면 벌떼와 잠자리 때가 느닷없이 도심지에 날아드는 소동도 벌어지고 있는데 그때마다 지진을 예고하는 흉조라는 얘기들이 잇달고 있다. 한마디로 올해 들어 나타나고있는 일련의 현상들은 천재지변의 징후라는 얘기다.

<매스컴도 크게 흥분>
이 때문인지 일본의 「매스컴」도 흥분해 있다. 「지구는 미쳤는가」 「지구를 에워싸는 이상기상」 「일본"이상열도"」「과학공상소설이 현실로」 「종말의 시대, 이 세상은 마지막인가」 「곤충 대 공습」「닥칠 것인가 "일본침몰"」 등의 자극적 「타이틀」을 붙여 최근의 현상들을 잇달아 크게 보도하고 있으며 일부 주간지는 『연명에 필요한 초근목피 「리스트」특집』을 마련하는가하면 『일본열도가 식량을 자급자족 할 수 있는 능력은 3천만명분 뿐』이라고 분석, 천재지변 뒤에 올 식량난을 경고하고있다.

<정치사회위기도 원인>
그러나 간주해서는 안 될 것은 이러한 일본의 천재지변소동 뒤에는 또 다른 중요한 원인이 숨어있다는 사실이다. 정치·경제·사회정세다.
일본은 지금 제 외국의 반발적 압력과 국내적으로는 혁신세력의 대두라는 정치적 전환기에 직면해 있으며 세계적 자원부족현상과 심각화하는 공해·물가고 등의 경제적 위기에다 더하여 경제적으로도 도의저하·인문상실의 단면을 뚜렷이 드러내는 「쇼킹」한 사건들이 연발, 커다란 정신적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범인 「다나까」란 주장도>
여기서 오는 겹친 불안이 갖가지 유언비어를 낳는 결정적 소지가 되고 있는데 소설 『일본침몰』도 일본열도의 「지리적 침몰」에다 빙자, 일본의 정치·경제·사회적 침몰을 예고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작가 「마쓰모드·세이조」(송본청장)씨는 최근의 소동의 원인을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즉 『천재지변 소동의 원인은 사회불안이다. 그리고 인심은 경제가 안정되지 못하면 흔들린다. 환경이 더럽혀져도 흐트러진다.
지금의 일본을 보라. 물가고·공해…. 국민은 동요하고 무엇을 믿고 살아야할지 모르는 상태에 있다. 범인은 누구냐. 「다나까」(전중) 총리다.』 【<동경=박동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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