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외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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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0일 김 총리는 정부각료 및 여·야당대표를 총리공관에 초청하여「유럽」및 일본방문의 성과를 설명했다. 이 모임에서는 대 「유럽」외교강화의 필요성, 국제정세에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인 외교정책의 입안·설전, 그리고 정부외교를 뒷받침하기 위한 의원외교강화가 거론되었다고 한다.
총리가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의 간부까지 초청해 놓고, 외교정책을 협의하였다는 것은 우리 나라로서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오늘날 눈부시게 변화하고 있는 국제정세에 발맞추어가면서 한국이 차지하고 있는 국제정치상 좌표를 확고부동케 하고, 세계적 규모에서 남·북한간의 외교전쟁을 벌이는데 우리가 계속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초당파적인 외교의 적극적 전개가 요청되는 탓으로 위와 같은 이례적인 조치가 취해진 것으로 짐작한다. 국제정세의 전환기에 있어서 국가가 당면하고 있는 외부세계상황이 험난해지면 어느 나라에서도 초당파적인 외교가 행해지기 마련이다.
우리 나라는 남북이 분단되어 있는 특수한 상황하에서 보수 여·야 간에는 「이데올로기」상 대립이 태무하다. 따라서 외교정책의 기본방향에 관해 의견 차가 별로 없으므로 벌써부터 국가의 외교적인 진노를 초당파적으로 협의하고 실천에 옮기는 기풍이 확립되어 있어야 했을 것이다.
총리공관에서의 정부·여·야 간부의 모임에서 거론된 사항 가운데 주목을 요하는 것은 『의원외교를 강화』하겠다고 한 것이다. 정부가 전문적인 외교관을 각국에 사절로 파견, 상주시켜 정상적인 외교활동을 벌이게 하고 있는 상황하에서 의원외교란 원칙적으로는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외교사절로 나가있는 외교관의 외교활동은 주로 행정적 「베이스」에서, 그나마 정부를 상대로 접촉하고 교섭하고 문제를 처리하는 것이어서 그 폭이 넓지 못한 것을 생각하면 정세의 대전환기에 제해서는 국가외교에 신축자재 성을 부여키 위해 외교관의 외교활동과 아울러 폭넓은 고차원의 정치외교의 전개가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정치외교를 담당시키는데 굳이 국회의원들이 우선적인 지위를 차지해야할 이유는 없다. 엄격히 말한다면 해외에 나가 다니는 국민은 모두가 국가외교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가 정치적인 외교사절을 파견할 필요를 각별히 느껴 국고부담으로 사람을 해외에 보낼 바에야 좀 더 인선의 폭을 넓혀, 각계 각층에서 적재를 선정하여 외교활동의 임무를 담당케 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외교의 정치적 효과를 거둔다는 미명하에 간혹 국제정세에 관한 감각이 무디고 외국어도 제대로 못하는 의원들을 외교사절의 자격으로 해외에 보낸다는 것은 오히려 현지 외교관을 괴롭히게 할 망정 하등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것은 지난날의 경험이 입증하고 있다. 우리는 의원외교를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그것이 국회의원의 해외위 노출장의 방편이 되는 것은 반대한다.
초당파 외교란 원내에 의석을 갖고있는 정당간부들만이 모여서 외교정책을 협의하고 주로 의부들은 정치외교사절로 보낸다는 뜻이 돼서는 결코 아니 된다.그것은 어디까지나 외교정책을 심의 결정하는데 있어서 사계전문가들의 견해를 충분히 반영시키고 또 해외에 정치적인 사절을 파견하는데 있어서도 의원·비 의원을 막론하고 각계로부터 유능한 인재를 선출하여 외교임무를 수행케 하는 것을 의미한다. 초당파 외교가 여·야당외교나 의원·외교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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