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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는 두산 베이비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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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프로야구 두산이 9개 구단 중 가장 먼저 2014년 연봉 계약을 마쳤다. 연봉 계약은 쉽지 않지만 한국시리즈 준우승팀 두산은 큰 잡음 없이 마무리했다. 선수단 연봉 총액이 32%(9억6100만원)나 인상된 덕분이다. 연봉이 깎인 선수는 53명 중 6명에 불과했다. 계약이 수월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두산의 계약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고액 연봉자들이 대거 팀을 이탈했기 때문에 남은 선수들의 연봉이 오른 것이다. 올겨울 두산을 떠난 이종욱·손시헌·최준석·김선우·임재철·이혜천·서동환·김상현·윤석민 등 9명의 연봉 합계는 15억4700만원이다. 두산은 올해 연봉 총액 55억1700만원 중 28%를 차지하는 선수들을 정리했다.

 고액 연봉자를 정리하면서 구단이 벌어들인 돈도 꽤 많다. 최준석(롯데)·손시헌·이종욱(이상 NC)이 FA(자유계약선수) 신분으로 이적하면서 두산은 보상선수 1명(김수완)과 14억2100만원의 보상금을 챙겼다. 여기에 2차 드래프트에서도 3명을 영입하고 5명을 내주며 6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이적 시장에서 20억원 이상을 벌었으니 남은 선수들에게 인심을 쓸 수 있었다. 원래 두산은 다른 구단에서 선수를 사오는 구단이 아니었다. 2군 육성을 통해 전력을 유지하는 ‘화수분 야구’를 추구했다. 올겨울 움직임 역시 유망주 발굴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자는 전략에서 이뤄졌다.

 이 때문에 두산 선수들은 아주 젊어졌다. 노경은(29·2억8000만원)·홍상삼(23·1억6000만원)·이용찬(24·1억4500만원·이상 투수)·김현수(26·4억5000만원)·양의지(26·2억원)·오재원(28·1억7000만원·이상 타자) 등 2014년 투·타 연봉 1~3위(FA 홍성흔·김동주 제외)가 모두 20대다. 팬들은 두산 베어스를 ‘두산 베이비스’라고도 부른다.

 젊은 두산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베테랑을 정리해 젊은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고, “주축 선수의 대거 이탈로 인한 후유증이 상당히 클 것”이라고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김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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