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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와 식량(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인도나 「아프리카」 서해안제국의 대한발, 「뱅글라데쉬」나 미국 「미시시피」강의 대홍수, 작년에 이은 전지구적인 이상기상으로 일부에서는 굶주림이 속출, 식량문제가 다시금 「클로스업」되고 있다. 이것은 세계인구가 아직 37억 단계에서의 문제, 70억 전후로 인구가 배증하는 금세기 말이 되면 문제는 얼마나 심각할 것인가? 금세기 말이라야 불과 30년도 안 남았다.
지금부터 1백75년 전 「맬더스」(1766∼1834년)는 인구증가가 식량공급을 상회하며 기아가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이 예언은 들어맞는 것일까? 여러 가지 각도에서 『인구와 식량문제』를 다루어본다.
1970년 가을 당시의 「파키스탄」이며 지금의 「뱅글라데쉬」를 엄습한 「사이클론」(「벵골」만에서 일어나는 대형저기압)은 가공할 사망자를 냈다. 퉁퉁 부어 올라 떠내려가는 소떼(우)나 물가에 쌓이듯한 사람의 시체가 즐비했다. 사망자 약 50만명, 전후의 일본에서 가장 희생이 컸던 이세만태풍 때의 희생자 약 5천명에 비하면 실로 1백배나 됐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희생도 이 나라의 인구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아니했다.
이 나라 인구증가율은 연 3%, 불과 40일이면 새로운 50만명이 출생한다.
이 정도의 희생은 얼마 안되어 곧 메워진다.
「맬더스」는 『인구증가를 적극적으로 억제하는 것으로서』 천재나 역병을 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천재의 억제력도 극히 적다고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의 생물학교수 「갸레트·하딘」은 지적한다.
그러면 역병은 어떠냐? 전염병에 의한 사망을 극적으로 누른 것은 1934년 당시의 「실론」(현재의「스리란카」)의 「말라리아」 퇴치가 유명하다. 「말라리아」의 「피크」를 이룬 그해 12월만해도 6만명이 사망했다.
특히 생후반년까지의 신생아는 1천명 중 6백명까지 죽었다.
이것이 제2차대전후 세계보건기구(WHO)의 원조로 공중에서 DDT를 뿌린 덕분에 모기가 줄어 「말라리아」가 격감했다. 10년간에 사망율이 75%나 떨어졌다. 이는 아마 『세계기록』으로서 영구히 남을 것이라 한다.
63년에는 「말라리아」에 의한 사망은 연간 불과 17명이 됐다. 오늘에 이르러서는 인구에 대한 역병의 억지력도 크게 줄어들었다.
수명이 길어졌다. 인도의 평균수명은 1930년에는 20세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61년에는 42세로 2배 이상 늘어났다. 미국에서도 1900년의 47세에서 60년에는 70세까지 늘었다.
오늘날 일본의 평균수명은 70세. 2차대전전에서 불과 30년만에 2배로 연장됐다. 미국「애리조나」주의 「카이바브」고원에 사슴 수렵장이 있다. 숲의 크기로 보아 3만마리는 있었음직한데 20세기초 4천마리로 격감했다. 맹수에 잡혀 먹히기 때문이었다. 수년간에 걸쳐 맹수 약8천마리를 잡았더니 덕분에 사슴은 한때는 10만마리까지 늘었으나 나뭇잎 순을 먹어 치워 2번의 겨울을 겪는 동안 6만마리가 아사하고 결국 1만마리로 격감했다. 포식자라는 맹수를 없애니 이번엔 사슴이 격증하여 그들의 보금자리인 숲의 부양력을 파괴하고 말았다.
오늘날 지구상에서 대발생을 거듭하고있는 동물의 만물의 영장이란 인간이다. 이 지구에는 매일 약21만의 인간이 불어나고 있다. 조그마한 도시가 하나씩 생겨나는 셈이다. 1년간에는 7천수백만, 동·서 독일을 합친 인구수와 맞먹는다. 인간이 농경을 시작한 것은 약1만년 전이다. 그전의 세계인구는 줄잡아 2∼3백만명쯤이었으리라는 추측인데 지금 같으면 10일간이나 2주간이면 불어나는 숫자였다. 4대문명의 초기에는 2∼3억, 1650년에는 5억이었으리라는 학문적 추정이다. 21세기초에는 70억이 될 것이라 하나 이제 28년밖에 남지 않았다. 1만년에 걸쳐 늘어난 것과 같은 숫자가 이28년간에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인구증가와 같은 곡선을 긋는 것이 대장균 등 세균의 증식실험이다. 시험관에 단백질, 「아미노」산, 「글루코스」당 등의 배양지반을 넣고 미량의 균을 떨어뜨린다. 하나가 둘로, 둘이 4개로 분열증식이 시작되어 관내가 희게 흐려진다.
관 전체에 퍼지면 1㏄ 중의 균은 1천2백10억개, 이른바 대장균의 대발생이며 초과밀상태다. 배양지반의 영향물 즉, 식량, 자원이 고갈되어 배출물, 폐기물, 사체가 밑 부분에 쌓인다. 위에는 유명한 액체가 남으나 관내는 죽음의 세계다. 불과 20일간에 일어난 일이나 『어떤 생물군의 축소된 역사』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불어나는 단계는 인구의 곡선과 흡사하다. 따라서 인간사회에도 이와 같은 비극이 생길 것인가? 이에 대한 반론이 나온다. 세균과 동일시하는 것은 폭거다. 인간에는 파멸을 회피하는 지혜가 있다는 반론이다. <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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