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자위대 실탄 지원, 정치적 이용 말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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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아프리카의 신생독립국인 남수단의 평화유지와 재건을 돕기 위해 파견된 한국군 부대가 최근 현지 일본 자위대로부터 탄약을 지원받았다. 사안의 민감성에 대한 고민 없이 자위대에 지원을 요청한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과 함께 일본에 정치적으로 이용당한 꼴이 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의 생각은 다르다. 부대원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취한 적절한 조치였다고 본다.

 유엔의 평화유지활동(PKO) 차원에서 2011년 조직된 유엔남수단임무단(UNMISS)에는 50여 개국에서 파견된 7600명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210명의 공병과 70명의 특전사 병력으로 구성된 한빛부대를 파견했고, 일본 자위대도 공병대 위주로 320명을 파병했다. 이달 중순 현지에서 일어난 쿠데타가 내전으로 비화하면서 평화유지군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이 됐다. 한국군 부대장은 UNMISS를 통해 실탄 지원을 긴급요청했다. 한국군이 사용하는 5.56mm 구경 실탄을 일본이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현지 자위대로부터 실탄 1만 발을 제공받았다는 것이다.

 공동의 임무를 수행하는 유엔 평화유지군 소속 부대들끼리 긴급한 상황에서 협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부대원의 안전에 관한 문제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현지 부대장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다. 정치적 고려는 부대원의 안전이 최우선인 부대장의 소관 밖이다. 한국군 부대장이 자위대에 직접 요청을 했느냐가 논란이지만 설사 했더라도 문제될 건 없다. 위기 상황에서 유엔 채널과 별도로 실무급 부대장 간에 얼마든지 협조를 구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쿠데타 발생 일주일이 넘도록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유감이다. 기민한 정세 판단에 따라 보다 신속하게 대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조용히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가 정치·외교적 논란으로 확대된 것은 이번 일을 집단적 자위권과 연결시키려는 일본 정부의 의도 때문이다. 이번 일은 적극적 평화주의와 무관한 유엔 차원의 협력 문제다. 일본 정부가 정치적으로 이용할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