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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산재 예방은 인권과 복지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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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정재희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쌀쌀한 날씨에 절로 옷깃을 여미게 되는 겨울이 찾아오면서 어느덧 올 한 해도 저물고 있다. 그 어느 해만큼이나 다사다난했던 2013년, 산업 현장에서는 안타까운 소식이 줄을 이었다. 지난해 9월 경북 구미시 불산 유출 사고를 시작으로 올해 3월에 발생한 전남 여수 산업단지 폭발 사고, 7월의 서울 노량진 배수관로 수몰 사고, 방화대교 사고, 울산 물탱크 폭발 사고 등 굵직한 산업재해가 잇따라 발생했다. 특히 7월 15일 서울 노량진 배수관로 수몰 사고로 7명이 숨진 지 불과 보름 만인 같은 달 30일 방화대교 남단 연결도로 공사 현장에서 도로 상판이 무너지는 사고로 2명이 또 목숨을 잃었다. 인명손실을 동반한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다른 현장에선 별다른 긴장감이 없이 방심하다 비슷한 사고를 겪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이다.

 한국의 산업 현장에서는 하루 평균 5명이 목숨을 잃고 250여 명이 다치고 있다. 특히 근로자 1만 명당 사고로 인해 몇 명이 사망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사고성 사망만인율(死亡萬人率)’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2~4배나 많은 실정이다. 경제 수준은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지만 산업재해에서는 아직도 많이 부족한 게 엄연한 현실이다.

 최근 연이은 사고로 산업 현장의 안전문제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산업재해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일터는 한 가정의 가장이 자신의 꿈과 희망을 펼치는 공간이고, 기업은 생산성 향상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이며, 사회적으로는 풍요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기초다. 정부에서는 산업 현장을 안전한 일터로 만들기 위해 사업장 기술지원과 재정지원, 안전교육, 근로자 건강 보호를 위한 활동 등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과 함께 반드시 실천돼야 할 것이 바로 기업이 솔선수범해서 안전시설 개선과 안전교육을 강화하는 ‘안전경영’과 ‘안전의식 정착’ 및 ‘안전수칙 준수’다.

 앞서 언급한 대형 산업재해의 원인을 살펴보면 안전투자를 통한 위험요인의 근원적 제거 미흡과,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고 작업을 하거나, 사고 당시 미흡한 대응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했다. 대형 산업재해도 위험시설의 방치 및 관리 미흡과 작은 실수나 방심에서 비롯된다.

 얼마 전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에서는 대형 사고의 문제점을 분석해 현장 안전관리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안전수칙 행동 강령을 발표했다. 첫째, 사업장의 위험요인을 찾아내는 ‘위험 발굴’, 둘째, 안전조치를 통해 위험요인을 제거하는 ‘위험 제거’, 셋째, 제거되지 않는 위험요인은 철저한 관리를 통해 사전에 위험성을 통제하는 ‘위험 통제’, 마지막으로 사고 발생 시 피해 최소화를 위해 신속히 대응하는 ‘신속 대응’이다. 모든 사업주와 근로자가 안전이 제일이라는 안전의식을 기반으로 안전투자를 통한 시설개선을 우선시하는 안전경영과 네 가지 안전수칙을 항상 숙지하고 실천한다면 머지않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사고성 사망재해 다발국가라는 오명을 벗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산업재해는 더 이상 근로자와 사업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구성원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 올바른 안전의식과 철저한 안전수칙 준수만이 산업재해의 위험으로부터 나와 동료, 내 가족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으로 산업재해를 예방하자. 작은 것, 사소한 문제부터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키자. 그리고 안전실천을 바탕으로 행복한 근로자, 번영하는 기업, 풍요한 사회를 만들어 보자.

정재희 서울과학기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