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시동 건 한강변 청담삼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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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영기자]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한 부동산중개업소에서 낯선 광경이 펼쳐졌다.

하루에 두세 통에 그치던 청담삼익아파트 매매 문의전화가 20통 가까이 걸려온 것이다. 이 중개업소의 이모(56) 사장은 "집주인들이 내놓았던 매물을 거둬들이고 매매 호가(부르는 가격)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최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청담삼익아파트 재건축안을 통과시키자 현지 주택시장에 조금씩 온기가 돌고 있다. 한동안 지지부진했던 재건축 사업이 다시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아직 거래 움직임은 두드러지지 않지만 인근 중개업소를 찾아오거나 전화로 매수 문의를 하는 사람이 늘고, 일부 집주인들은 가격을 높이고 있다.

청담삼익, 최고 35층 1296가구로 탈바꿈

영동대로와 한강 사이에 있는 청담삼익은 1980년 5월 지상 12층 12개 동, 전용면적 104~163㎡형 888가구로 건립됐다. 재건축 이후에는 용적률 299.85%를 적용 받아 최고 35층(한강변은 15층), 전용 49~153㎡형 1296가구 규모로 탈바꿈한다. 이 중 155가구는 임대주택이다.

입지여건이 좋은 강남권에 위치한 데다 한강변 아파트라는 점에서 희소성이 부각되며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일단 대다수 주민은 재건축안 통과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3동에 살고 있는 조모(48)씨는 "강남권 단지 중에서도 교통과 학군이 좋은 편이어서 재건축 기대감이 크다"며 "빨리 사업이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단지에서 지하철 7호선 청담역을 걸어서 5분 안에 갈 수 있고 인근에 봉은초·경기고 등이 있다.

이 단지는 중형 위주로 호가가 3000만~5000만원 올랐다. 서울시 발표 후 사흘 만이다. 전용 104㎡형이 9억7000만~9억8000만원까지 상승했다.

대형인 전용 139㎡형은 13억5000만원 전후로 큰 변동이 없는 상태다. 거래는 아직 활발하지 않다. 청담동 K공인 관계자는 "재건축된다는 소식에 호가가 5000만원까지 올랐지만 다들 눈치를 보는지 거래는 여전히 뜸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청담삼익의 올해 매매 거래량은 1분기 6건, 2분기 14건, 3분기 3건에 그치고 있다.

4분기 들어 현재까진 5건 수준이다. 4·1 부동산대책 이후 거래가 반짝 늘었다가 법안 처리가 지연되자 다시 확 줄었다. 그동안 재건축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했던 것도 영향을 끼쳤다.

청담동 C공인 관계자는 "아직 사업 초기 단계여서 거래가 눈에 띄게 늘고 있진 않지만 앞으로 진행 속도를 내면 분위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까지 건축심의·사업시행 인가 받는 게 목표

청담삼익은 2003년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뒤 부동산 경기침체, 각종 규제 등으로 10여 년간 재건축 사업이 중단됐다. 조합은 올해 3월 재건축안을 접수했지만 서울시가 4월 한강변 스카이라인 관리방안을 발표하면서 심의가 보류됐다.

35층 이하로 층수 제한은 준수했지만 한강과 가까운 동의 경우 층수를 완화하란 이유에서다. 이에 조합은 한강변 층수를 15층으로 낮추는 쪽으로 계획을 조정한 뒤 5월 다시 재건축안을 접수, 지난 18일 통과됐다.

조합 측은 사업 일정이 늦어진 만큼 최대한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조만간 서울시에 건축심의를 신청한 뒤 내년 말까지 사업시행 인가를 받겠다는 계획이다. 조합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2015년 말까지 관리처분 인가를 거쳐 2016년 초에는 이주를 시작할 수 있도록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최근 재건축 조합원이 기존 주택의 전용면적 범위 내에서 2주택을 분양 받을 수 있게 되는 등 중대형 아파트의 사업 여건이 나아졌다"며 "재건축이 완료되면 한강 조망 등 뛰어난 입지로 인근 삼성동 아이파크와 청담자이 못지 않게 관심을 끌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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