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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아의 단결과 진로모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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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범「아프리카」의 통일·단결을 목표로 하는 OAU(「아프리카」단결기구)가 창설10돌을 맞아 오는 24일부터 28일까지 「이디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5일간의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에 앞서 OAU 21차 각료회의가 17일 개막, 동기구 창설 10주년 기념행사 및 정상회담의 의제를 토의하고 있다.
41개 OAU가맹국 수뇌들의 이번 회동은 지난 10년간의 OAU활동 실적을 음미하고 앞으로의 거시적인 진로를 모색하는 하나의 중간 결산적 의미를 갖는다.
지난 10년간 추구해 왔던 「아프리카」대륙의 정치적 해방은 물론 경제적 독립을 위한 문제를 다룰 것이며 특히 중동문제에 대한 OAU의 향배를 명확히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새「아프리카」헌장으로 구체화 될 이번 회의의 결과는 「아프리카」의 역사에 획기적 전환점이 될 수가 있다는 점에서 그 귀추가 주목된다.
범 「아프리카니즘」을 표방하고 출항한 OAU의 창설은 1963년5월25일 「이디오피아」의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30개 「아프리카」독립국 회의에서였다.
현재 이 기구에 가입하고 있는 국가는 총 41개국. 세계지역기구 중에서는 최초·최대의 것으로 「아프리카」인 자신들의 손으로 만든 결합체라는 점에서 「아프리카」단결의 「심벌」이다.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문명의 망각권에서 존재가 무시돼 왔던 이 암흑대륙은 오늘날 국제사회에서의 발언력을 크게 증대시키고 있다.
지구육지면적 22%에 해당하는 광대한 영역과 3억4천만의 인구. 1950년까지 독립국은 4개국에 불과했던 「아프리카」대륙은 오늘날 「유엔」회원국 42개국을 포용, 「유엔」의석의 3분의1 가까이 점하고 있다.
이러한 힘을 배경으로 「아시아」신흥국들과 더불어 이른바 비동맹 제3세력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아프리카」제국의 단결은 국제정치에서 막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다.
지난 10년간의 OAU의 발자취는 명암이 교차되어 왔다. 「아프리카」제국의 통일이라는 원대한 현상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권내의 단속적인 분쟁의 연속, 표면적인 단결 밑에 도사린 다양한 파벌의 암투와 갈등 속에 불협화음이 적지 않았다.
이런 보조의 불일치는 국가의식에 눈뜬 「아프리카」국가들의 시계확대에 의해 그 내부대립과 분극화의 경향이 심화된 것이다. 가까운 예로 「비아프라」분쟁해결에 OAU가 실패했다는 것은 그 대표적인 예로 지적될 수 있다.
반면에 몇 가지 주요문제에 대한 「아프리카」내지 세계여론의 환기에는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다. 예컨대 인종차별 반대운동, 남아공화국 및 「로디지아」에 대한 배격, 「뮌헨·올림픽」에서의 「로디지아」제거, 「포르투갈」의 대아식민정책에 대한 역력 등 다방면에 걸쳐 영향력을 미쳐왔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성과는 대체로 여론 면에서의 원격지원에 그치고 실력적인 단결에는 미흡했다. OAU의 창설자인 「이디오피아」의 「셀라시에」황제가 17일 각료회의 개막식에서 개탄한바와 같이 「포르투갈」의 식민주의와 남아의 인류차별 정책이 의연 존속하고 남「로디지아」의 소수파 정권이 건재한다는 사실은 OAU의 이러한 한계를 증명해준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의제는 「아프리카」의 정치적 완전해방을 전취하기 위한 새 전략의 수립이 첫째 기조가 될 것이다.
공산권 및 「스칸디나비아」제국 같은 비동맹 진영의 동조자들에 원조도 호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금년 회의의 「핫·이쉬」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이스라엘」에 점령당한 「아랍」영토 회복을 위해 「이집트」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것인가의 여부 결정이다.
이것은 지난 2월의 OAU각료이사회에서 「이집트」의 실지회복전을 지지하기로 결정한 일이 있고 「리비아」의 「카다피」대통령이 전 흑인「아프리카」국가들의 대 「이스라엘」관계 단절을 촉구한바 있어 종래 비「아프리카」적 문제로 간추됐던 이 문제를 싸고 격론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선 대「이스라엘」 전면배격과 협상의 강·온 대립으로 의견이 분열되어 있고, OAU헌장상의 원칙인 『내정불간섭』의 원칙이 문제되기 때문에 이번 OAU회의의 성패를 좌우하는 논쟁의 촛점이 될 것이다. 그밖에 경제적 독립의 문제, 남아·「로디지아」·「포르투갈」등에 대한 규탄 등 문제가 다루어질 것이다.
여하튼 이번 OAU 정상회담이 제시할 「아프리카」의 청사진은 변화하는 국제정치기류에 여하히 대응, 대륙적 규모의 연대의식을 다질 수 있을 것이냐에 판가름 날 것이다. <지원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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