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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핵실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국제사법재판소는 21일 남태평양에서의 「프랑스」의 핵실험 문제를 심리한다.
「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 및 「피지」정부의 제소에 의한 것이다.
그동안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는 「프랑스」의 핵실험 저지를 위해 백방으로 손을 써 왔다. 그러나 신통치 않았다.
우선 영국이 「프랑스」를 설득시켜 달라는 부탁을 들어주지 않은 것이다. 그래 「뉴질랜드」의 한 신문에는 다음과 같은 만화가 실렸다.
호화스러운 「방갈로」의 문을 「워트」 「뉴질랜드」부수상이 아무리 두들겨도 대답이 없다. 가만히 보니까 문에 표지가 둘 붙어있다. 하나는 『깨우지 마시오』, 또 하나는 『신혼부부입니다』. 뒤로돌아 창안을 들여다보니까 신랑은 다름 아닌 「퐁피두」불 대통령이고 신부는 「히드」영 수상이었다. 영국은 막 우주공동체에 한몫 끼었다. 따라서 『옛 친구들』을 생각할 겨를도 없다.
영국도 내심으론 매우 괴로울 거라는 동정도 간다. 그러나 그런 동정에 젖을만한 여유가 「오스트레일리아」사람들에게는 조금도 없는 것이다.
이미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부인단체가 모집한 핵실험 수역에의 『항의선』에 타겠다고 부녀자들이 1천명이나 지원해 왔다. 또한 호 노조의 용역 거부에 따라 「프랑스」항공사의 호주선 취항이 전면 취소되었다.
「오스트레일리아」나 「뉴질랜드」의 사람들로서는 당연한 얘기다. 『남태평양상에서는 서풍이 불고』있기 때문에 방사성 강하물은 동쪽으로 날아간다. 그러니까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에는 해가 없다는 「프랑스」쪽 주장부터가 못마땅하다.
『만약에 「코르시카」섬 상공에서 실험을 한다해도 「프랑스」인이 똑같은 이유로 가만히 있겠느냐』는 것이다.
「프랑스」와 「오스트레일리아」와는 지상으로는 남극이나 다름없다. 더우기 남태평양이란 그지없이 광막하다.
「프랑스」사람들이 대단치 않게 여기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프랑스」인에게는 남태평양이란 어디까지나 남의 집 뜰이다.
그 속에 사는 남들 역시 사람이며, 남들의 시름을 내 것처럼 여긴다는게 보통 사람으로서는 좀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혹은 핵무기를 자기네도 가지고 있다는 자랑에 마냥 우쭐해지기 쉬운 일이기도 하다. 양식이 오늘의 세계에서처럼 구박받고 있는 때도 드물다.
그래도 「프랑스」에는 양식의 대변자들이 있다. 이른바 지식인이다. 그들은 지난주에도 표현의 자유를 정부가 억압했다 해서 이에 항의하는 자유의 장례행진을 가졌다.
오늘도 그들은 「파리」의 수많은 「카페」에 앉아서 온갖 화제에 꽃을 피우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들도 남태평양에서 자기네 정부가 핵실험을 하겠다는데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다. 역시 「프랑스」에도 지식인은 드문가 보다. 직업적 지식인만이 판치는 세계의 물결을 그들도 어쩔 수는 없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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