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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 재보선 D-24…공주·아산에 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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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 정치의 캐스팅 보트는 충청권이 쥐고 있다.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충청권은 당선자를 가리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차기 대선에서 전략적 요충지가 될 가능성도 크다. 그런 충청권에서 이달 30일 공주-연기와 아산 등 두 곳의 국회의원 재선거가 치러진다. 충청 민심의 향방을 가늠하는 선거다. 이 지역의 신흥 맹주 격인 열린우리당은 행정도시 건설을 내세워 석권을 노린다. 여기에 최근 심대평 충남지사가 중부권 신당의 깃발을 들고 도전장을 던졌다. 자민련과 한나라당도 호시탐탐 틈을 노린다. 긴장감이 도는 지역분위기와 현장 민심을 살펴봤다.

"여기서 땅 가진 사람들은 열린우리당 말고는 찍을 데가 있간디유. 누가 나와두 찍어줘야지유."

공주시 산성동 재래시장에서 만난 이모(65)씨는 선거 얘기가 나오자 대뜸 안주머니에서 지도를 꺼냈다. 장기면 대교리의 논 4000평을 소유한 그는 땅이 행정도시 예상 부지에서 비켜나간 덕분에 그중 1000평을 보름 전 평당 17만원에 팔았다며 자랑했다. 2년 전만 해도 평당 10만원도 안 됐다고 한다. 이렇게 재산을 늘려준 당을 어떻게 안 찍겠느냐는 것이다.

◆간절한 지역발전 염원
=공주-연기 주민들의 행정도시에 대한 기대감은 높다. 거의 유일한 화젯거리다. 아직도 각 면에는 '행정수도 사수하자'가 적힌 플래카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공주 토박이라는 40대 택시기사는 "수십 년 동안 발전할 만한 꼬투리가 없었는데 갑자기 수도가 내려온다니 기대가 말두 못하지유"라고 했다.

물론 찬성 일색만은 아니다. 토지 수용지역인 연기군 금남면의 주민 김모(71)씨는 "주변 땅값이 올라 쥐꼬리만한 보상금 갖곤 살 데두 없어유. 차라리 서울에서 끝까지 반대해서 막아주면 좋겠구만유"라고 말했다. 조치원역 앞에서 만난 50대 택시기사는 "행정도시 와봐야 전셋값만 올라서 우리 같은 서민은 집에서 쫓겨날 판"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이런 가운데 공주 구도심에서 금은방을 하는 김모(47)씨는 "행정도시가 와야 오는 거쥬. 새만금도 한다 안 한다 하는디 이것도 나중에 어찌 될지 모르지유"라면서도 "속는 것인지 몰라두 지금은 믿어봐야쥬"라고 했다.

아산은 사정이 달랐다. 공주-연기가 대전생활권이라면 아산은 경기 남부권에 가깝다. 아산시청 관계자는 "이곳은 공주-연기에 행정도시가 오면 아산 신도시 개발이 늦어질까 걱정한다"며 "헌재가 행정수도 위헌 결정을 했을 때 은근히 반기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곳이라고 지역발전에 대한 갈망이 없을 수 없다. 특히 인접지역인 천안의 고속 성장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 온천동에서 만난 50대 식당 여주인은 "10년 전만 해도 아산이 천안보다 잘 살았다"며 "지금은 고속철도 역 건물이 온통 아산땅에 있는데도 천안에 밀려서 역 이름이 천안아산역"이라며 흥분했다. 온양1동에서 이발소를 하는 유모(48)씨는 "중앙에 가서 큰소리 칠 수 있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심대평 신당'과 여당의 공천 분란
=심 지사의 고향인 공주에서 만난 자영업자 조모(42)씨는 "여기선 심대평 지사 무시 못한다"며 "여당이 시원치 않으면 심 지사 쪽을 찍겠다는 사람들이 꽤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심대평 신당'은 지역 오피니언 리더 사이의 화제일 뿐이다.

열린우리당은 심 지사가 지원하는 정진석 전 의원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여당 내부도 복잡하다. 공천 경선에서 1위를 한 박수현 당 국정자문위원은 선거법 위반 의혹으로 중도하차했다. 대타도 마땅치 않다. 신관동의 30대 주부는 여당 공천이 거론되는 후보군에 대해 "외지에 있다 여당 인기 업으려는 철새가 많아 정이 안 간다"며 "공주사람 자존심에 상처 주면 큰코 다칠 것"이라고 말했다.

아산 쪽도 시끄럽다. 열린우리당은 심 지사의 오른팔이던 이명수 전 충남행정부지사를 영입해 공천했다. 하지만 당원들의 반발이 심하다. 공천 신청을 했던 서용석 아산정치연구소장은 당원 800명을 이끌고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여당의 신당 바람 차단 전략은 효과를 거둔 게 분명해 보인다.

공주-연기에서 한나라당은 거론조차 안 되는 수준이나 아산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세운 현충사 등의 영향으로 박근혜 대표의 인기가 좋은 편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박 대표가 두세 번만 내려오면 분위기가 확 바뀐다"고 장담했다.

후보 선정에 어려움을 겪던 자민련도 뒤늦게 원철희 전 의원을 내세워 권토중래에 나섰다.

공주.아산=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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