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다시 악화 거듭… 인지사태-미 정찰재개와 월맹 휴전위반의 난기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미국과 월맹의 관계가 휴전협정 이전의 상태로 악화 일로를 걷고있다. 「파리」협정이 체결된 지 불과 3개월만에 협정 문은 사실상 한 조각의 휴지로 화해버렸다. 미국은 월맹이 협정을 무시, 호지명 「루트」를 통해 3∼4만의 병력과 3∼4백대의 전차 및 기타 다수의 고성능장비를 월남으로 침투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휴전위반에의 보복>
비무장지대에서 군사활동을 증대시키고 「메콩·델터」지역과 월남 3군구에서 전투를 격화시키고 있는 것도 월맹이 아니냐고 미국은 따져들었다. 미국은 월맹의 휴전 위반을 극히 중대시하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원시적 보복심리로 맞섰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최근의 ⓛ월맹해역에 대한 침해작업중단 ②무인기에 의한 월맹상공 정찰비행 재개 ③전후 경제복구에 관한 「파리」회담으로부터의 미국 대표단 철수 등이었다.
「라오스」 휴전이 월맹군의 공격강화, 미군기의 폭격 재개 등으로 깨어지고 「크메르」수도가 월맹군에 의해 거의 완전 포위된 정세로 미루어보아 인지 3국 정세는 1·27「파리」휴전협정 전으로 대폭 후퇴한 것이 분명해졌다.
오늘의 정세와 휴전전의 경세사이에 구태여 차이를 발견하려 든다면, 첫째 월남 안에 미군과 한국군이 주둔하지 않고, 둘째 월맹과 「베트콩」이 미군포로를 석방했으며, 셋째 「통킹」만 봉쇄가 다소 완화됐다는 것뿐이다. 이제 휴전협정은 월맹과 미국 및「베트콩」·월남의 4자에 의해 만신창이가 돼버렸다. 따지자면 어느 당사자가 더 많이 협정을 위반했느냐하는 문제뿐이다.
피장파장인 것이다. 미국은 당초 「닉슨」특사인 「키신저」를 「파리」에 보내 월맹의 「레·둑·토」와 담판케 했을 때 휴전협정이 지켜질 것이라는데 대해 자기들 나름대로의 속셈이 있었다.

<달러 지원작전 잘못>
즉 중·소의 묘한 대립관계를 이용, 월맹에 계속 압력을 가하게 하고 전후 복구자금 보따리를 월맹에 내밀어 이것으로 엉성하나마 휴전을 지키게 하려 했었다.
휴전 후 3개월이 되고 보니 「키신저」 전략에 상당한 오산이 있었음이 드러났다.
무엇보다 「달라」꾸러미로 월맹의 발목을 묶어 두려는 작전은 불발로 그칠 가능성이 많아졌다. 월맹으로서는 「달러」 꾸러미도 좋지만 금력의 유혹 때문에 약30년 내의 지상숙원이라고 떠들어온 월남정복야욕을 버릴 생각이 없음을 날이 갈수록 노골적으로 표시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은 「달러」꾸러미를 대월맹 압력무기로 유효 적절히 사용하기 위해 매우 미온적인 태도로 「파리」 경제회담에 임해왔다. 아직도 전후복구 자금의 구체적 액수나 염출방식도 정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의회의 반발을 최대로 역이용하여 「파리」 경제회담에 대해왔으니 월맹으로서도 미국의 속셈을 간파 못했을리 없다. 이리하여 지지부진하던 「파리」 경제회담은 미국대표단의 철수로 무기 연기됐다.
월맹해역에 대한 소해작업 중단만 해도 그렇다. 휴전 직후 미국은 기뢰 제거용 함정과 「헬리콥터」를 동원, 「하이퐁」항을 비롯, 수많은 항구와 강에 뿌려놓은 기뢰를 제거한다고 대대적 시위를 벌였으나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오늘날까지 제거해버린 기뢰 수가 겨우 수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미국은 소해작업이 늦은 것은 월맹의 비협조 때문이라고 월맹을 걸고 넘어졌지만 월맹은 미국이 고의로 소해작업을 지연시키고있다고 비난을 되풀이 해왔다.

<기뢰 제거 겨우 수개>
미국은 당초에는 신속히 기뢰를 모조리 제거할 생각이었으나 월맹의 휴전위반 「탬포」가 가속화하자 이 작업을 최대로 늦춘 것이었다. 「하노이」·「하이퐁」지역을 비롯한 월맹상공에 대한 무인정찰기에 의한 정찰비행 재개는 미국이 「하노이」에 대해 속수무책으로 좌시하지 않겠다는 결의의 단적 표명인 것임이 번하다. 휴전 전에도 무인정찰은 유인기에 의한 경찰과 병행해서 시행됐다. 물론 무인정찰보다는 유인기의 정찰이 더욱 효과적이나 골치 아픈 포로문제에 다시 휘말려들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우선은 무인정찰에 국한시키고 있는 것 같다.
미·월남정보당국의 분석에 따르면 공산군은 특히 비무장지대에서 군사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공산군의 정의가 어디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아마도 「광트리」시를 비롯, 월남 북부지방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추측을 자아냈다. 월맹이 작년3월과 같은 대규모공세를 펼 경우 월남군이 미 공군과 제7함대의 지원 없이 격퇴할 수 있느냐는 것은 미지수이나 다수의 관측통들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그와 같은 대공세가 있을 때 만일 월남군이 패주해도 미국은 가만히 있을 것인가? 미국 정부는 아무런 언질도 주지 않고 있지만 대 월맹태도에 있어서 언동이 일치하는 「닉슨」이고 보면 월맹이 월남을 정복하는 것을 그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 같다. B·52기가 다시 「하노이」상공에 나타날 것으로는 속단할 수 없지만 「닉슨」정부는 온갖 외교경로를 통해서도 월맹의 휴전위반을 저지하지 못할 땐 미국으로서도 모종의 조치를 취할 것 같다.

<감시도 불가능해져>
「라오스」사태는 지난 2월21일 휴전이 조인됐지만 연립정부 구성에 일보의 진전도 없고 오히려 월맹군이 대공세를 취해오는 바람에 「푸마」 「라오스」정부의 요청으로 미군기가 최근 2일간 「라오스」영의 공산진지 폭격에 참여했다가 다시 폭격을 중지했다. 그렇지만 언제든지 폭격이 재개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크메르」는 대공협상의 신축성을 띠기 위해 내각을 해체하고 재야세력 입각에 대한 노력이 기울어지고 있으나 「론·눌」 「크메르」대통령과 재야세력간의 협상이 원활치 못하여 무정부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캐나다」 「인도네시아」의 탈퇴위협으로 무력한 국제감시단(ICCS)은 더욱 유명무실화해 가고있어 월남휴전감시는 불가능한 실정이다.
총선을 준비할 3파 민족화해위원회 구성을 위한 월남·「베트콩」간의 「파리」회담도 공전하고 있다. 월맹의 「레·둑·토」와 만나기 위해 「키신저」가 다시 「파리」나 「하노이」로 여행할 것이라는 설도 유포되고있다.
이제 인지 사태는 어느 모로 보나 「파리」휴전협정 이전의 상태로 환원하고 있는 듯 하며 인지정세는 더욱 얽혀들 것 같다. <신상갑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