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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숙직·경비원 피살사건이 던진 문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숙직윈이 잇달아 강력 사건의 재물이 되고 있다. 지난 3월19일 발생한 도봉여중 (교장임문규) 청소부 유홍족씨(37) 피살사건에 이어 지난 15일 신탁은랑 종로지점 (지점장이속원) 숙직원 김권호씨 살해사건은 모두가 학교·은행 등 공공기관을 경비 중이던 숙직윈들이 희생되었다는 점에서 숙직원의 근무 및 경비 자세와 제도에 새로운 문젯점을 던져 주었다. 숙직 및 야간순찰 경비는 기관마다 정상근무의 연장으로 숙직자의 음주·이석 등이 금지되는 등 각 기관은 제 나름의 숙직근무규칙을 정해놓고 이를 준수토록 하고있다,
그러나 최근에 잇달은 숙직원 및 경비윈 피살사건은 피해자들이 모두 이같은 근무 규정을 어기고 방심한 사이에 변을 당했다는 것이 공통점으로 드러나고 있다.
김권호씨의 경우 숙직근무 시간은 14일하오 5시부터 다음날 상오 9시까지. 김은 하오6시30분부터 빌딩 보일러공 정문환씨를 불러 들여 숙직실에서 소주를 사다 마셨다.
또 김씨와 같은 숙직이었던 대부계 보조 김호한군(20)은 하오7시10분쯤 김씨에게만 숙직을 맡기고 당구를 친다고 은행을 떠났다. 김군이 은행으로 돌아온 것은 하오 11시쯤. 결국 김군은 근처 여관에서 숙직을 했고 사건은 김군이 자리를 빈 사이에 일어났다,
이 경우 숨진 김씨는 근무 중 술을 마시기 위해 야간근무를 일체의 외부인은 출입을 금하고있는 은행 내규를 어기고 보일러공 정씨를 끌어들였었다.
도봉여중 청소부 유씨도 마찬가지. 유씨가 피살된 19일은 같은 숙직원으로 청소부 최정선씨와 숙직교사 여황씨 (31) 등 2명이 있었다.
유씨는 밤12시부터 새벽 4시까지 순갈을 들고 최씨와 교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교대할 최씨는 대낮부터 술을 마셔 만취돼 있었고 숙직교사 2명은 유씨 등이 있는 서무실에서 70m나 떨어진 숙직실에서 자고 있었다.
도봉여중 교무주임 서환석씨에 따르면 숙직 근무자는 새벽 5시까지 2명이 1조가 되어 순찰을 돌도록 되어 있다는 것.
숙직자가 술을 마시거나 한 조에서 1명이 이석을 하는 등 행위가 묵인되어 왔지만 이들이 좀더 직장윤리를 준수하였다면 귀한 생명의 희생까지는 없었을 것이라는게 수사관과 관리자들의 말이었다.
발생 26일째 단서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유홍진씨 피살사건은 죽은 유씨 때문에 더 알려져 학교에서 해고 된 김모군(20) 박모군(20) 등을 비롯, 1백여명의 용의자가 경찰에 연행되어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학교 휴게실 밖 복도에서 길이 1·5m, 직경 5cm가량의 각목1개와 서무실 책장 위에서 드라이버 2개를 발견, 단순한 학교 털이 절도범의 우발적 소행으로 보고있으나『아직도 수사는 감감한 실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신탁은행 종로지점사건은 죽은 김씨가 쉽게 문을 열어줄 만큼 안면이 있는 자로 피해품이 전혀없다는 점에서 원한에 의한 살인으로 수사를 하고있다.
죽은 금씨가 부인 몰래 빌려준 돈이 1백여만원이나 되며 최근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해 몹시 고민해 왔다는 점등으로 김씨 주변 인물로 수사는 압축되고있다.
이처럼 최근에 잇따른 숙직원들 피살사건은 수사선상에서 뗘오른 용의자들이 모두 피해자들과 평소 안면이 있거나 그 기관과 관계가있는 자들로 드러나 있고 숙직과 경비를 맡은 피해자들이 한결같이 근무 규정을 어겼다는 점에서 강력사건의 방지를 위한 새로운 대책이 요청되고있다. <이부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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