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장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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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통령이 임명한 각급 법원장회의가 13일에 처음으로 열려 앞으로의 사법운영의 방향을 토의함으로써 국민의 관심을 모았다.
9명의 대법원 판사를 비롯, 40여명의 법관들이 재임명에서 탈락한 뒤라 앞으로의 사법운영이 어떻게 될 것인가는 주목거리가 아닐 수 없다. 민 대법원장을 비롯하여 3개 고법원장과 9개 지방법원장 및 사법연수원장이 참석한 이 회의는 주로 사법행정의 쇄신과 법관의 기강확립을 다짐했다.
민 대법원장은 법관의 국가관 확립을 강조하고 법원의 자체감사를 통하여 법관 및 일반직원의 기강을 확립하도록 지시하고 직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비위자를 징계하도록 훈시하였다. 또 인사관리 문제에 있어서도 순환보직을 하고 근무평정제를 공정히 운영하도록 당부하고, 집달리와 사법서사의 감독을 강화할 것과 등기 및 호적사무의 개선방안도 지시하였다. 그의 이 같은 지시는 여러모로 주목할 만한 내용을 담은 것이다.
법관의 기강 문란이나 법원 직원들의 비위 사실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은 당연 이상의 당연이다. 법관들은 현재까지 공무원 층에서 대체로 청렴결백한 것으로 정평이 있었음은 다행한 일이다. 법관 중에서 파렴치 사건으로 징계된 일은 거의 없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법관들은 징계처분에 의하여서도 파면될 수 있게 되었으므로 그 기강 문제가 그다지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사법행정에 있어서는 불공평하고 대민 봉사가 잘 되지 못하여 불친절하다는 것이 중평이다. 이러한 시민들의 불평 때문에 법원행정처는 법원 종합 안내실을 설치하려하고 있고, 사법서사를 경유하지 않는 등기서류도 접수할 수 있도록 지시하고 있어 사법 행정면에 있어서도 획기적인 개선이 있기를 기대한다. 대법원은 등기에 있어서도 「카드」제를 도입하여 기계화를 실시할 것이라 하고 있어 조속한 실시가 요망된다. 또 양형문제에 있어서도 형량의 통일을 위하여 「컴퓨터」화가 추진되고 있어 반갑다.
법원장들은 많은 동료법관들이 재임명되지 않아 크게 저하돼 있을 것으로 보이는 법관사기를 진작시키는데 특별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법관은 법률과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재판하는 것을 천직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법원장이라고 하더라도 재판에 대하여서는 관여하지 못할 것이다. 하급법원의 재판이 잘못된 경우에는 항소와 상고제도가 있어 시정이 가능한 것이며, 또 법원에는 위헌 법률심사권이 없기 때문에 위헌 판결이 있을까 두려워 할 필요도 없다.
각급 법원장은 법관들이 소신껏 양심에 따라 재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야 할 것이요, 법원 직원들과 집달리·사법서사들이 칭송 받는 대민 봉사를 하도록 감독하여야 할 것이다.
사법서사들의 「브로커」 행위와 집달리의 불친절한 행동 또는 하찮은 것 같은 법원 직원의 불공정한 행위가 전 사법부를 욕되게 하는 일이 많은데 앞으로는 이러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독려해 주기 바란다.
새로이 임명된 각급 법원장들은 앞으로 사법운영에 있어 더 한층의 공정과 사법행정에 있어 보다 올바른 운영을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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